‘학술용병’ 취재가 드러낸 의혹보다 중요한 건 배경입니다. 전 세계 대학을 한 줄 세워 순위를 매기는 산업이 고등교육 기준처럼 자리 잡은 시대입니다. 여기서 뒤지면 유학생·교원 유치 경쟁에도 밀리고, 기부금도 줄어듭니다. 랭킹이 떨어지면 동문들 압박도 거세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학의 각 부문을 따져 순위를 집계하는 주요 기관은 영국에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대학을 죽이고 살리는 기준이 밖에 있는 셈입니다.
한글로 쓴 논문은 랭킹에 중요한 학술 데이터베이스 인용 지표에 거의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그럼 영어로 쓰면 되지 않나? 취재해보니 그런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고 합니다. 훌륭한 영어 논문을 내도 ‘안 보이면’ 의미가 없다고 합니다. 취재로 만난 대학 관계자들은 우리 연구자가 글로벌 학계의 네트워크에 들어가 가시적으로 활동하지 않으면 피인용 수치를 늘리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지금의 ‘랭킹 시스템’에선 연구 자체만큼이나 그걸 홍보하고 글로벌 학계에 유통하는 플랫폼이 중요해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학으로선 내생적 역량 증진보단 외국 학자들을 교두보로 자교와 글로벌 학계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게 훨씬 효율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구체적 방식이 사회적으로 마땅한지는 별개입니다. 나아가 이런 현상의 배경으로, 어느새 우리 고등교육의 표준처럼 여기지는 랭킹 중심주의가 바람직한지도 비판적으로 따져볼 문제입니다. 지속적 공론화가 이뤄지길 바랍니다. 공청회나 토론회가 열리길 바랍니다. 우리 사회가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