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만 더하면 보편적 시청권 문제가 그냥 풀릴까

[이슈 분석] 당정, 법·제도 개정안 발의
스포츠 중계권 재판매 협상 난항에
KBS·MBC 생중계 의무조항 신설
북중미 월드컵부터 소급적용 가능

방송 현장선 "근본적 해결책 아냐"
중계권료 부담 구조·재원 마련 등
실질적 해결 관련 정책부터 수립을

월드컵, 올림픽 등 국민적 관심 행사에 대한 보편적 시청권을 두고 법·제도 개정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국회에선 6일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시작으로 같은 당 한민수, 한정애 의원이 스포츠 중계권 관련 방송법 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해 상임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관련 주무 부처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도 오는 20일 ‘2026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 관련 공개 시민간담회’를 개최해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사회적 의견 수렴 자리를 마련한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이 석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국민관심행사에 대한 보편적 시청권 관련 방송법 개정안이 최근 잇따라 발의됐다. 유료방송의 동계 올림픽 단독 중계 파장 이후 법 개정으로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실질적 장치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2월1일 서울 한 대형마트 내 TV 매장 모습. /연합뉴스

유료방송이 단독 중계한 첫 올림픽을 경험한 이후 나온 행보들이다. 지상파에선 볼 수 없었던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 올림픽에 대해 대통령이 “사회적 열기가 충분히 고조되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다. 국제적 행사에 대한 국민들의 접근성을 폭넓게 보장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공개 발언한 데다, 월드컵 개막이 석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방송사간 중계권 재판매 협상이 난항을 겪는 등 한계가 드러나자 관련 법 개정에 나서는 모양새다.


다만 2032년까지 JTBC가 올림픽 및 월드컵 국내 독점 중계권을 가지고 있는 상황, 또 최근 일본 넷플릭스의 2026 WBC 독점 중계 등의 사례에 비춰, 보편적 시청권 관련 법 개정엔 변화한 방송 시장 환경에 맞춘 세부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방송 업계 내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발의된 방송법 개정안 3건은 ‘유료방송 사업자의 독점 중계’를 공통적으로 언급하며 국민의 시청권 실질적 보장 장치를 강화, 신설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현 의원 안은 국민이 별도 비용 부담 없이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게 하는 ‘보편적 방송수단’이란 정의를 신설하고 공영방송인 KBS, MBC를 실시간 중계에 포함하도록 의무화했다. 또 중계방송권 계약을 맺은 사업자는 계약 기간, 금액, 중계 범위 등을 방미통위에 제출해야 한다. 부칙에 따라 해당 법안은 당장 북중미 월드컵부터 소급 적용될 수 있다.


한민수 의원 안은 국민관심행사에 대한 종류·등급, 각 등급별 보편적 시청권의 보장 수준 및 방법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또 방미통위가 방송사업자와 중계방송권자가 참여하는 ‘사업자 자율협의체’를 구성·운영하는 안도 신설했다. 한정애 의원 안은 지상파를 제외한 중계방송권자가 다른 사업자의 중계권 제공 요청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해서는 안 되고, 희망하는 모든 사업자에게 동등하고 공정한 조건을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국민관심행사 등의 선정과 중계방송 순차편성, 중계방송권 공동계약 등을 권고하는 기존 ‘보편적 시청권 보장위원회’에 관련 분쟁 조정 권한을 부여하는 안이다.


방송 현장에선 해당 법안들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중계권 재판매 협상 교착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이 아니란 지적이 나온다. 10일 한국방송협회는 김현 의원 안에 대해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검토와 함께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 드린다. 무엇보다 스포츠 중계권료 부담 구조와 재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성명을 내어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특히 해당 법안엔 독점 중계권을 가진 사업자가 실시간 중계 의무가 신설된 KBS, MBC에 얼마에,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는 나와 있지 않아 해석상 문제도 거론된다. A 지상파 방송사는 해당 조항에 대한 검토 결과 “양 공영방송의 중계권 구매를 부당하게 강요하는 등 당사자 간 사적 계약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독소조항”이라고 판단했다. 오히려 “단독 중계권을 확보한 JTBC의 중계권료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입법”이라는 불만도 나왔다.


다른 지상파 B 관계자도 “지상파 중에서도 특정 공영방송만을 지정한 건데 재산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만약 유료방송이 단독 중계권을 포기하는 최악의 경우, 계약 불이행에 대한 엄청난 부담을 공영방송이 물어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C 지상파 관계자는 “중계권 구매 협상 단계서부터 무료 지상파 사업자를 의무적으로 포함하는 공동협의체를 구성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과도한 경쟁을 방지할 수 있다”며 “각 의원별 법안 내용이 조금씩 다른데 상임위 논의 과정을 주시하면서 적절히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들 법안이 현행 방송법 체계 바깥에 있는 국내 및 해외 OTT 사업자가 국민관심행사 독점 중계권을 확보할 경우는 언급하지 않았다는 한계도 있다. 가까운 일본에선 넷플릭스가 WBC를 독점 중계해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른바 ‘입 중계’(경기 화면과 소리를 제외하고 반응과 해설만을 송출)로만 진행한 일이 이미 벌어졌다. B 관계자는 “법안엔 특정 방송사 지정이 아닌 디지털 플랫폼, 지상파 등을 모두 포함한 ‘사업자그룹’을 명시하는 게 맞다”며 “이미 스포츠 중계권이 OTT로 옮겨간 시장 환경에 맞춰 디지털 플랫폼, 지상파 별 역할을 세분화하고 시청권 보호, 콘텐츠 배분 등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JTBC는 보편적 시청권 관련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의견을 내는 대신 “월드컵 재판매 협상을 최대한 잘 진행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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