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경계선지능인 지원단체가 운영하던 대안가정에서 전 대표가 폭력, 성폭력, 노동착취를 일삼았단 제보를 받았습니다. 한 경계선지능인 피해자는 피해사실을 털어놓으며 “2~3주만 더 있었으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것 같다”고 고백했습니다. 가해자는 다수 언론과 예능프로그램에서 ‘다섯 아이의 아버지’라는 수식어로 유명세를 얻고, 경계선지능인 분야에서 입지를 굳혔습니다. 유명 작가가 설립자라며 명의를 도용했단 사실도 취재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피해자들은 ‘아버지’로부터, 이 집으로부터 탈출하기까지 참 어려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취재진은 경계선지능인이 그루밍 등 범죄에 노출되는 게 단순히 특정 단체와 개인의 문제가 아니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경계선지능인은 장애인이 아니기 때문에 그 숫자마저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집단입니다. 국가의 역할이 부재하다 보니, 경계선지능인 개개인은 ‘지원단체’라 불리는 민간단체 및 개인에게 의존합니다.
검증되지 않은 시설에 아이들과 취약한 사람들이 맡겨지고, 감독의 손길이 닿아야 할 영역이 지금도 공백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계속 질문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기획보도가 이 질문의 시작이 됐으면 합니다.
김기성 편집국장을 필두로 통신사 사건팀에서 기획보도에 집중할 수 있게 격려해 주신 김현 사회부장, 박응진 캡께 감사드립니다. 똘똘 뭉쳐 으쌰으쌰 일하는 뉴스1 사회부 사건팀 선후배들께는 늘 빚진 마음입니다. 마지막으로 함께 취재해 준 권진영·권준언 기자에게 공을 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