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대일 연합뉴스 사장이 물러날 의향이 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질의에 “언론사 사장 임기는 보장해줘야 한다. 이전에도 그렇게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다”는 취지로 답했다. 윤석열 정부 때인 지난해 10월 취임한 황 사장의 임기는 내후년 10월까지다.
지난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비공개로 진행한 연합뉴스 업무보고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정권이 바뀌었으니 물러나는 게 정의라는 데 동의하느냐고 묻자 황 사장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사장이 취임 전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보수 성향의 연합뉴스 공정노조는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 당시 성기홍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정권이 바뀌었으니 즉시 물러나는 게 정의라는 취지로 성명을 낸 바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한 달을 앞두고 만들어진 공정노조는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성 사장 체제를 비판하며 50건이 넘는 성명을 냈다. 공정노조 활동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일부 인사는 황 사장 취임 후 감사실장, 연합뉴스TV 상무 등 요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황 사장은 공정노조 활동에 대해 “이름만 올려놨을 뿐, 성명이나 게시물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여당 의원들은 황 사장에게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관계를 묻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하고 군 병력의 국회 투입 등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황 사장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일면식도 없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업무보고에선 황 사장 취임 직후인 지난해 11월 특정 기자와 데스크 등을 상대로 기사 송고·지연·수정 경위를 캐묻는 방식의 ‘보도 감사’와 관련해 질의가 이어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는 29일 성명에서 “‘보도 감사’의 장본인 감사실장이 업무보고에 불참하면서 의원들이 ‘사장이 감사실장을 빼돌렸다’며 황 사장을 질타했고 업무보고 내내 성토의 분위기를 이어갔다”고 했다.
노조는 “보도 감사는 경영진이 편집권 침해를 시도한 중대한 사건으로 올해 상반기 내내 사내외에서 논란이 됐기 때문에 국회 업무보고 때 의원들의 질의가 나올 것이라고 모두 예상했다”며 “그런데도 감사실장은 몇 주 전에 휴가를 냈고 황 사장은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노조 성명에 따르면 황 사장은 보도 감사를 왜 했느냐는 질문에 “감사를 한 게 아니고 감사를 하기 위한 기초 자료 조사 단계에서 중단된 것”이라고 했다. 기초 자료 조사로는 무엇을 했냐는 질문에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 동안 불거진 불공정 보도 사례와 간부 부당 개입 여부를 확인했다”고 했고, 기초 자료 문서 유무에 대해선 “문서가 아니다. 편집권 침해 논란 소지가 있을 것으로 우려돼 지시를 내려 다 폐기했다”고 답변했다.
감사 기초 자료를 폐기했다는 황 사장 답변에 대해 연합뉴스 노조는 “거짓을 감추기 위한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기초자료를 삭제했다 해도 감사 목록까지 삭제할 수는 없다”며 해명을 요구했다.
황 사장은 지난해 10월10일 취임사에서 ‘연합뉴스판 징비록’ 작성을 언급하며 “날조·왜곡·편파 기사가 폭주하고 근무 기강이 무너진 원인 등을 세밀하게 점검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감사실은 한 달여 뒤 감사의 목적에 없던 ‘공정성’을 감사규정에 추가하고, 몇몇 기사를 특정해 기자와 데스크 등에게 기사가 왜 늦었는지, 특정인에 대한 언급을 왜 뺐는지, 속보를 다량으로 발송한 이유 등을 물었다. 노조와 편집국 기자들을 중심으로 편집권 침해라는 반발이 커지자 감사실은 1개월 만에 조사를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