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유료 멤버십 서비스 ‘조선멤버십’을 15일 선보였다. 기성 언론사 중에선 2022년 10월 ‘더 중앙 플러스’로 전사적 디지털 유료화에 첫발을 뗀 중앙일보 이후 3년 만에 나온 시도다. “1등 신문 1등 혜택”을 표방하는 조선일보의 이번 시도가 유료화에 안착하는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선멤버십은 일반 가입자 월 5900원(할인율 제외), 신문 구독자 월 2900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멤버십 가격과 쇼핑몰 할인, 춘천마라톤 사전 예약, 전시·강연 행사 할인 등 멤버십 혜택 제공이 특징인 유료 서비스다. 출시 당시 ‘프리미엄 콘텐츠’에 방점을 뒀던 타사에 비해 허들을 낮춘 가격, 콘텐츠 포함 결합 혜택 방식을 강조하는 것으로 차별화를 삼은 셈이다. 합리적 가격, 공격적인 혜택 제공으로 회원 유입을 늘리고, 다양한 구독자 데이터를 쌓아 이를 바탕으로 또 다른 시도를 하겠다는 전략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조선멤버십 혜택은 25개다. 춘천마라톤, 서울하프마라톤 등과 같이 예매 경쟁이 치열한 조선미디어그룹 주최 각종 행사와 공연, 전시를 사전예매하거나 할인 받을 수 있다. 여행 상품 할인을 비롯해 상조회사 무료 가입·장례비 우대 쿠폰 제공 등 다양한 분야의 혜택 제공도 눈에 띈다. 또 회원들에겐 매월 7000원 상당 포인트를 제공하는데 이 포인트를 온라인 쇼핑몰인 ‘조선멤버십몰’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포인트로 조선일보 기사를 후원할 수 있는 기능도 넣었다. 디지털 뉴스 구매 경험이 거의 없는 한국 독자, ‘뉴스는 공짜’라는 인식이 여전히 지배적인 국내 언론 시장의 한계 속 나온 고민의 결과다.
멤버십 가격 책정 기준에 대해 16일 조선일보 관계자는 “독자들이 비용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고, 멤버십 콘텐츠와 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가격을 책정했다”며 “OTT와 음원 사이트 등 다른 콘텐츠 서비스의 가격도 참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조선멤버십 서비스 설계 핵심에 대해선 “특정 그룹을 타깃으로 하기보다 다양한 독자들에게 회원이 되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회원들에게 매월 7000포인트를 제공하는데 회원 입장에선 지불한 돈보다 더 많은 포인트를 받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멤버십 회원 전용 콘텐츠도 마련했다. 우선 전문기자·선임기자 중심으로 멤버십 전용 콘텐츠를 담당한다. 지면을 제작해야 하는 일선 기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출범 단계에서 40가지가 넘는 코너를 준비했는데, 조선일보는 앞으로 독자들의 반응과 요청 등을 감안해 더 풍부한 콘텐츠를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중장년을 타깃으로 한 건강 관련 정보 콘텐츠 ‘리셋 시리즈’, 청소년을 둔 부모를 위한 ‘의대맘의 아들 두 판’, 최근 젊은 세대에서 떠오른 텍스트 힙 유행을 감안한 ‘두고두고 보는 문장’ 등의 코너를 보듯, 멤버십 회원을 다양한 연령으로 설정해 둔 상태다. 각 시리즈의 첫 회는 무료로 풀고, 2회부터는 멤버십 회원들만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기본 방향이다.
지난해 여름부터 조선일보는 경영기획본부 소속 IT팀, 콘텐츠전략팀을 중심으로 유료 멤버십 론칭 준비에 들어갔다. 지난해 3월 취임한 방준오 조선일보 사장은 올 1월 신년사를 통해 “종이 신문 일변도였던 구독 시스템은 디지털 멤버십으로 확장된다”며 멤버십 출시를 언급한 바 있다. 강경희 편집국장도 6월 노조와 인터뷰에서 “‘플러스알파’의 콘텐츠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장차 유료화가 가능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와 접목할 수 있는 (경제)콘텐츠” 등을 언급하며 유료화 추진 방침을 지속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기사 후원 포인트 기자 평가 활용’에 대한 우려, ‘프리미엄 콘텐츠 제작 보상 방안’ 요구가 조선일보 기자들 사이에서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 관계자는 “독자들의 ‘기사 포인트 응원’은 애초에도 기자 평가에 활용할 생각이 없었다. 독자들이 포인트를 활용해 마음에 드는 기사를 후원하면서 콘텐츠를 즐기는 재미를 누리시라는 차원에서 만든 것”이라며 “이런 점을 노조와 기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멤버십 콘텐츠 제작에 참여한 기자들에 대한 보상은 한다는 게 회사의 원칙”이라며 “다만 이제 막 시작한 만큼, 가입자 추이 등을 감안해 구체적인 방안과 규모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