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캄보디아 사태’가 연일 방송 뉴스와 신문 지면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캄보디아에 한국인들이 납치·감금된 ‘범죄단지’가 수백 개에 달하고, 이곳에서 청년들이 보이스 피싱 등 사기 범죄에 가담하고 있다는 보도다.
캄보디아를 방문한 20대 대학생이 8월 고문을 받다가 숨진 사실이 추석 연휴를 앞둔 9월 말 뒤늦게 알려지면서 캄보디아 범죄단지의 실태를 다룬 언론 보도가 폭증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빅카인즈’에 따르면 ‘캄보디아’와 ‘범죄, 납치, 구금’ 중 한 단어를 포함한 언론 보도는 9월 285건에 불과했지만, 10월에는 20일을 기준으로 5696건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8일에 3건이던 언론 보도는 9일 23건,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인 13일에는 636건까지 늘었다. 9일 경찰에서 경북 예천의 한 대학생이 박람회를 이유로 캄보디아에 방문했다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공식 발표한 뒤 이 사건을 다룬 언론 보도가 급증한 것이다.
캄보디아 사태가 화두가 되자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11일 이재명 대통령에 범죄에 총력 대응을 지시하자 정부는 합동 대응팀을 15일 현지에 파견했다. 외교부는 16일 0시부로 캄보디아 일부지역에 여행경보 4단계 ‘여행 금지’를 발령하는 등 방안을 마련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22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주캄보디아대사관을 대상으로 현장 국감을 시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현재 캄보디아에서 벌어지는 범죄는 ‘새로운’ 사건이 아니다. 언론은 지난해부터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심상치 않은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꾸준히 경고해 왔다. 외교부를 비롯한 정부와 정치권 움직임에 “늑장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KBS는 지난해 8월27일 <프놈펜에 ‘리딩방 사기’ 본부…합숙 시설 갖추고 사기>라는 제목으로 캄보디아에 한국인을 대상으로 리딩방 사기 행각을 벌이는 범죄 조직이 있다는 사실을 최초 보도했다. <조직원 ‘사실상 감금’…중국인 ‘대본’ 따라 움직였다>는 기사에서 중국 범죄 조직에 납치·감금당한 피해자가 보이스 피싱 등 사기 범죄의 가해자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는 1년이 지난 현재, 연일 뉴스를 달구는 뜨거운 쟁점이기도 하다.
심층 보도는 한국경제신문에서도 이어졌다. 한국경제는 지난해 11월13일 <“中 조폭이 감금” 고문에 협박 영상까지, 실종된 한국인들…캄보디아가 위험하다> 기사를 시작으로 범죄 조직에 감금됐던 피해자와 현지 교민 인터뷰, 현지 르포 등을 통해 캄보디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범죄의 실태를 낱낱이 파헤친 바 있다.
언론이 1년 전부터 ‘경고장’을 보내왔음에도 불구하고 사태의 심각성은 이제야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쏟아짐과 동시에, 중국 범죄조직들의 캄보디아 탈출이 이어지면서 범죄 수사와 실종자 구출 등 문제 해결은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