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청소년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언론 보도

[언론 다시보기]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현재 우리 언론에서 청소년이 주요 의제가 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최근 한국일보에서 ‘10대와 정치’ 특집을 통해 10대들이 전반적으로 보수화되고 있다는 점, 보다 능력주의적 세계관을 내면화하고 있다는 점을 통계적으로 보인 바 있다. 이 기획 기사에서는 극우 유튜버들이 반 페미니즘을 무기로 극우적 세계관을 전파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교실의 문제에 대해 지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 된 점 등이 학교 관계자 및 청소년 문제 관련 활동가,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됐다.

한국일보가 10대들의 정치 인식을 조사해 9월2일 보도한 기사 중 일부.

이렇게 문제적인 청소년 문화는 작년 8월 이후 딥페이크 성범죄의 가해자 중 10대 비중이 높고, 피해자 역시 그렇다는 점에서부터 언론의 주요 보도 대상이 됐다. 한편으로 10대 대상의 온라인 성착취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보호받아야 하는 청소년 문제들 역시 주요 의제가 됐다. 그 외에도 청소년들의 문해력 논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무차별적으로 사용하면서 비판적 사고력을 잃은 청소년 등이 우리 언론에 청소년 상으로 주로 등장하고 있다.


우리 언론이 조명한 청소년 관련 이슈들은 물론 우리 사회가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하는 것이지만, 이러한 의제들에서 청소년이 대상화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적 존재이거나 피해자만이 아닌, 당사자 운동의 주체로서 청소년을 바라보는 틀 역시 필요하다는 의미다. 청소년에 대한 우리 언론의 그림은 그렇게 다양하지는 못하고, 당사자들의 목소리 역시 아직까지는 충분하지 못하다는 아쉬움이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 16일 서울 은평구 청소년 언론 ‘토끼풀’ 관련 사안을 살펴볼 수 있다. ‘토끼풀’은 각 학교에 배포된 신문의 압수와 내용 검열에 항의하기 위해 1면을 백지 발행했고, 주요 언론들이 청소년 독립 언론 ‘토끼풀’의 이제까지의 활동과 청소년 스스로 생산한 학생 인권 침해에 관한 고발 기사들을 재조명했다. 지역 정당과 청소년 인권 단체, 시민단체가 ‘토끼풀’의 언론 활동을 이어가는 데 힘을 보태는 중이다.

청소년 독립 언론 토끼풀이 최근 일부 학교의 신문 배포 금지 조치 등에 항의해 17호 신문 1면을 백지 발행했다.

‘토끼풀’의 이제까지 취재 보도를 살펴보면, 학교 안의 문제는 물론 사회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면서 민주적 공동체의 형성에 기여하는 내용들이다. ‘토끼풀’ 측은 학교는 민주주의 교육의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해당 중학교에 시정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물론 교육청 주도의 학생 언론 자유 보장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제적이고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들로서가 아니라 교육의 주체이자 시민으로서 살아가는 청소년의 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청소년 문화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현장에서 활동하는 교사와 시민단체 활동가들 역시 이처럼 당사자로서 목소리를 내고, 변화의 주체가 되는 청소년을 조명해 줄 것을 당부하곤 한다.


청소년 인권 운동과 청소년 당사자의 목소리가 언론에 많이 드러나지 않는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입시 교육 중심의 현재 학교 시스템 안에서 청소년들의 활동이 위축된다. 학교 안에서 다양한 사회 문제를 의제화한 경험이 있는 학생들을 심층 면접한 제13회 서울대학교 인권 프로젝트 연구 발표(최윤민 저자)에선 목소리를 내는 청소년들이 ‘공부하라는 압박’에 순응하지 않는 유별난 존재가 되어 학교 내외로 취약성을 경험한다는 것이 드러났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학교장을 비롯한 교사들로부터의 억압은 물론, 또래 문화에서의 어려움 역시 만만치 않다. 다른 말을 하기가 어려운 교실 환경에서 소수자에 대한 연대, 혐오적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에 대한 저항 등 일상적 표현 역시 불가능해지는 것은 무엇보다 학교가 적극적으로 교사와 학생을 보호하기보다는 학부모나 보수적 시민단체의 민원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토끼풀’ 역시 민원의 구조가 학교가 학생 언론을 막는 중요한 이유임을 밝힌다. 기성 언론이 청소년의 다양한 상을 그리고 청소년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며, 청소년 인권을 위해 기여할 수 있으려면 이러한 민원의 구조가 갖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 그리고 교육의 주체로서의 학생에 대한 기대를 보여주고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청소년 의제를 적극 발굴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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