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를 3개월 안에 새로 구성하도록 한 개정 방송법 부칙에 대해 KBS 일부 이사들이 12일 위헌확인 소송과 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했다. 해당 부칙 조항으로 인해 자신들의 임기가 단축된다고 보고 헌법소원을 제기한 건데, 소송 결과에 따라 KBS 이사회 재편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생겼다.
야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인철 KBS 이사가 ‘청구인 대리인’으로 제기한 이번 위헌확인소송 대상은 방송법 부칙 제2조 제1항과 2항이다. 법 시행 3개월 이내에 KBS 이사회를 새로 구성하고, 현 이사들은 후임자가 선임될 때까지 그 직무를 수행한다는 내용이다. 개정 규정에 따라 KBS 이사회는 11월까지 새롭게 구성돼야 한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골자로 한 개정 방송법은 기존 11명인 KBS 이사 수를 15명으로 늘리고, 추천 주체도 △국회(6명) △시청자위원회(2명) △임직원(3명) △방송·미디어 학회(2명) △변호사 단체(2명)로 다양화했다.
앞선 보도에선 위헌소송을 제기한 이사가 6명이라고 알려졌으나, 현재까지는 소송 대리인으로 참여한 이인철 이사만 확인된다. 현재 KBS 야권 이사는 7명으로, 이 중 한 명은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간 KBS 내부에선 헌법재판관 출신인 서기석 이사장의 헌법소원 참여 여부를 주목해왔다. 윤석열 정부 시기였던 지난해 7월31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김태규 당시 부위원장과 2명만으로 KBS 전체 이사 중 여권 추천 이사 7명만 선임을 의결한 바 있다. 이들 이사의 임기는 2027년 8월까지였다.
KBS 야권 이사들의 위헌 소송 제기는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박장범 KBS 사장은 8월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헌법소원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이날 박 사장은 방송법 개정 내용 동의 여부와 법적조치 계획에 대한 질의에 “3개월 이내에 KBS 이사진을 교체해야 하는 부칙 조항에 대해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사 분들과 법적조치를 포함해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발언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헌법소원에 대해 16일 성명을 내어 “법령 개정에 따른 이사회 구성 변화는 과거 2000년 방송법 개정에서도 있었던 일이다.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소원을 내 공영방송 독립 염원을 담은 개정 방송법에 딴지를 걸겠다는 것은, 본인들 스스로 내란수괴 윤석열의 ‘알박기’라는 것을 자인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방송법 개정은 공영방송의 독립을 권력의 선한 의지에 기대지 않고 제도적으로 보장하자는 20년에 가까운 투쟁의 결과다. 이번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사들은 이진숙 체제 방송통신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내란수괴 윤석열이 임명한 이사들일 가능성이 크다”며 소송을 제기한 이사들의 사퇴를 촉구했다.
기자협회보가 ‘위헌을 주장하는 이유’ 등을 묻자 이인철 이사는 “연합뉴스 보도를 확인하라”고만 답했다. 연합뉴스는 15일 기사에서 “방송법상 KBS 이사 임기는 3년인데 결과적으로 현재 이사진들에 대해선 임기가 단축되는 셈”이라며 “이에 KBS 이사 6명은 해당 부칙이 직업 수행의 자유라는 기본권과 방송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과 함께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