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 만의 최소 규모 선수단’, ‘금메달 전망 최악’. 지난해 파리 하계올림픽을 앞두고 기사에 썼던 표현들이다. 필자만 쓴 표현이 아니라는 변명을 뒤로한 채 파리 현지에서 만났던 선수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더 독기가 올랐다’며 보란 듯이 16년 만에 최고 성적을 올렸다. 그리고 턱없이 모자랐던 필자에게 첫 번째 레슨 ‘전망은 함부로 하지 말기’, 두 번째 레슨 ‘선수들과 현장을 좀 더 믿기’라는 훌륭한 가르침을 줬다.
파리 올림픽 취재를 마치면서 한 가지 바랐던 건 밀라노 동계올림픽의 전망은 달랐으면 한다는 거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회 전 분위기는 비슷하다.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선수단 규모는 최근 흐름대로 직전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보다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선수단 분위기도 어수선하다. 파리 올림픽 때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대한체육회 회장 등 체육계 어른들의 다툼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동계 대표 종목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이 교체됐다가 재선임되는 촌극이 나왔다. 파리에 이어 밀라노도 개막 전 어른들의 문제가 터진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린 건 선수단뿐만이 아니다. 현지 취재를 준비하는 취재진의 상황도 좋지 않다. 동계올림픽은 하계올림픽보다 전체 선수단 규모가 작아 취재진 쿼터도 하계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파리 올림픽 때 우리 선수단 숫자가 줄어들면서 우리나라에 배정된 취재진 쿼터도 줄었다. 그나마 현재 배정된 쿼터도 대한체육회 등 여러 단체의 노력에 조금이나마 늘긴 했지만, 지난 파리 올림픽에 이어 이번 밀라노 올림픽도 전보다 적은 취재진이 현지에 갈 가능성이 크다. 유럽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라 시차도 좋지 않아 취재진에게도, 소식을 접하는 국민들에게도 쉽지 않을 올림픽이다.
여러 어두운 전망과 상황 속에서도 기대하게 하는 건 파리 때의 선례가 있어서다. 그리고 지금 밀라노를 앞둔 상황이 여러모로 파리와 비슷해서다. 어른들의 사정이야 어떻든 묵묵히 자신의 목표를 향해 땀을 흘리는 동계 종목 선수들의 모습은 지난해 파리 대회를 앞둔 하계 선수들과 다르지 않다. 지난 대회 선수들의 경기력에 큰 도움을 줬던 과학화 훈련과 장비, 현지 급식센터 지원이 계속되는 점도 선수들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고 있다.
이제 남은 건 정부의 지원이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이 취임 후 선수, 지도자 보호에 대해 언급을 하긴 했지만, 이제는 개막까지 150일도 남지 않은 밀라노 동계올림픽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장기적으로 저출산 시대에 맞는 체육 인재 양성 정책도 절실하다. ‘어려움 속에서 만든 기적’만 계속 바라지 말고 꾸준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정책 방향이 가장 필요한 과제다. 내년도 체육 부문 예산이 물가 상승률보다도 적은 0.3%만 늘 정도로 현 정부의 관심이 낮은 건 아쉽지만, 파리에 이어 다시 한번 ‘밀라노의 기적’이 만들어진다면, 한국 체육에도 반전의 계기가 오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