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지역기자단 "취임 2주년 회견, 지역언론 철저히 소외"

회견 직후 '지역언론 홀대' 입장문
출입 지역언론 40개 중 질문은 영남일보 뿐

대통령실 출입 지역기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지역언론이 질문자로 거의 선택되지 못한 데 반발하며 입장문을 냈다. 1년 9개월만에 열린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해 여러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은 언론탄압, 언론자유 위축에 대한 문답이 아예 없었던 지점을 비판하고 나섰다.

대통령실 출입 지역기자단은 9일 기자회견 직후 ‘대통령실의 지역언론 홀대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금일 기자회견 질문자 선정에서 대통령실 출입 ‘지역언론’이 철저히 소외된 데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 총 20개 언론사의 20개 질문 중에서 지역언론 중 질문자로 선정된 매체가 단 한 곳 뿐이었다는 점에 크게 반발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들은 “대통령실 출입 지역언론은 40개다. 오늘 기자회견에서는 40개 가운데 영남일보 단 1곳만 질문을 했다”며 “대변인이 종합지 4개, 경제지 4개, 방송사 4개를 각각 질문자로 지목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통령실의 지역언론에 대한 홀대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심지어 외신도 4개사가 질문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곧 윤석열 정부가 지방시대를 표방하면서도 지역의 목소리는 얼마나 외면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입장문은 2022년 취임 100일 기자회견 때부터 쌓였던 대통령실 출입 지역언론의 불만이 누적된 결과다. 당시 전체 질문자는 총 12명이었고 이 중 단 1명만 지역언론에서 선정되며 불만이 나왔지만 전체에서 비율이 현저히 낮진 않다는 판단에 대변인에게 구두로 문제제기를 하는 선에서 정리했다. 그런데 이번엔 20명의 기자가 질문을 했음에도 단 1명만 지역에서 선정되며 불균형이 도를 넘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은 입장문에서 “대통령실 출입 지역기자단은 향후 이 같은 지역언론 홀대가 시정되지 않을 경우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적시하기도 했다. 실제 지역기자단 내에선 현재 이 사안을 적극 기사화하자는 의견은 물론, 대통령이 참석하는 지역행사 풀 취재 참여를 아예 거부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에 출입하는 한 지역기자는 “윤석열 정부 홍보수석실 참모들, 즉 홍보수석을 비롯해 대변인, 홍보기획비서관 등의 인적구성 역시 중앙매체 위주로 짜여져 있어서인지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 앞으로도 지역언론 목소리를 수렴하는 데 한계가 많을 것이고, 이런 식이면 계속 대통령실과 지역기자단은 불편한 관계로 갈 수밖에 없을 듯하다”고 했다.

이번 기자회견을 두고 여러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대표적인 언론단체 중 하나인 언론노조는 10일 “하나마나한 기자회견”이란 총평을 담은 성명을 내기도 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 들어 벌어진 여러 언론탄압에 대한 문답이 전혀 없었던 데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낸 경우다.

언론노조는 성명에서 “1년 9개월 만에 대통령이 회견을 연다는 것이 기사가 될 정도로 일상화된 권위적 불통, 비판언론을 적으로 간주해 테러협박을 일삼는 언론탄압이 펼쳐지고 있으나, 이번 회견에서는 놀랍게도 이에 대한 언급이 전무했다”며 “대통령실에 의도적으로 이 사안에 대해 질문할 가능성이 높은 언론사 기자들을 배제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언론탄압과 언론자유지수 폭락 등에 대한 질문이 나오지 않은 것은 한국언론의 현실과 위기의 단면을 같이 드러낸 장면”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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