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다 법정제재 선방위, 재심도 최다… "부조리극 막 내려"

21대 총선 선거방송위원회 활동 종료
징계남발 비판엔 "모욕·명예훼손"
"선방위 제재, 언론자유 위축 안해"

법정제재를 남발한다며 언론탄압 비판이 일었던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가 역대 최다 법정제재와 재심 청구를 기록하며 활동을 마쳤다. 심의위원 사이에서도 과도한 징계라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모욕적인 발언이라며 오히려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선방위는 9일 19차 회의를 열고 접수된 재심 18건 중 1건을 인용하고 모두 기각했다. 이날 재심은 대전MBC 1건을 포함해 MBC가 11건, CBS가 3건, 평화방송이 2건, 채널A가 2건을 청구했다. 이 가운데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2월2일 방송된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만 진행자가 균형을 잡으려 노력했다며 법정제재 중 ‘경고’가 ‘주의’로 한 단계 낮아졌다.

이번 선방위는 역대 최다 법정제재와 재심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활동을 시작해 이날 마지막 회의까지 선방위는 101건을 심의에 올려 30건을 법정제재했다. 최고수위인 ‘관계자 징계’가 14건이었다. 역대급 법정제재 만큼이나 언론사들의 재심 청구도 이어졌다. 선방위가 내린 법정제재 30건 중 29건에 대해 재심이 청구됐다.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선방위는 60건을 심의해 4건만 법정제재했다. 모두 가장 낮은 수위인 ‘주의’였다. 재심 요청은 없었다. 2021년 20대 대선 때 선방위는 이번보다 두 배 넘게 많은 안건 231건을 심의했지만 ‘경고’와 ‘주의’ 1건씩 의결했다. 재심 청구는 1건이었고 기각됐다. 2020년 21대 총선 선방위는 146건 중 2건만 ‘주의’로 제재했고 재심은 없었다.

지난해 12월11일 활동을 시작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이날 회의에서 심재흔 위원은 “외부에서는 징계를 남발한다는 비판이 있다”며 언론보도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기회에 중징계를 낮추는 게 행정력의 낭비를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 위원은 MBC가 지금까지 제기한 행정소송 7건에 모두 가처분이 인용됐다며 선방위 제재가 뒤집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백선기 위원장은 “제3자인 언론이 어떻게 평가하든 상관없고 우리는 하늘을 바라보고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자신 있게 얘기한다”고 말했다. 또 "여기 있는 분들이 특정한 방향으로 의사결정 했다면 대단히 모욕적"이라며 "제 학력이나 경력으로 봤을 때 그런 식의 문제 제기는 용납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회의 중 위원들은 심 위원 발언이 모욕과 명예훼손이라며 여러 차례 고성을 치고 반발했다. 손형기 위원은 “여태까지 공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냐”며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최철호 위원은 “사과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위원들은 선방위 심의가 언론탄압이 아니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백 위원장은 “선방위 결정으로 언론의 자유가 심하게 왜곡되고 틀어졌다는 그런 결정을 내린 적이 없다”며 “국경없는기자회 한 곳에서 그렇게 지표를 낸다고 해서 한국 언론의 자유가 나빠졌다고 얘기하기 대단히 어렵다”고 말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3일 ‘2024 세계 언론자유 지수’를 발표했다. 한국은 180개국 중 62위를 해 지난해보다 15계단 추락했다.

최 위원은 “선방위가 어떤 징계를 내리든 MBC를 비롯한 친민주당 매체가 대통령이나 대통령 가족, 정부, 여당에 이지메(집단괴롭힘)에 가까운 비판 기사를 냈는데 어떻게 언론 자유가 위축됐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번에 발표된 언론자유 지수는 선방위 활동 이전인 지난해 상황을 반영한다. 최 위원은 선방위 때문에 내년 지수가 더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노조 방심위 지부는 성명을 내고 심의민원 대부분을 국민의힘과 보수단체가 제기한 것을 두고 “매주 ‘그들’의 민원을 접수해 ‘그들’에게 상정할 안건을 작성하는 부끄러운 노동에 동원된 직원들의 피눈물 위에 선방위라는 역사적 괴작이 탄생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초현실적 부조리극이 마침내 막을 내린다”며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밝혔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