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와 집필이 모두 괴로웠다. 팀에서도 의견 일치를 보기 어려웠다. 시리즈는 뜨거운 반향을 불러 일으키는데 실패했다. 그러나 필요한 일이었다고 믿는다.
고민의 시작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었다. 끔찍한 일이 벌어졌지만 누구도 손을 쓰지 않았다. 기업은 안전성에 대한 아무런 보장없이 제품을 판매했고, 정부는 이를 걸러 낼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 언론은 주목하지 못했고, 전문가는 나서지 않았다. 고통을 오롯이 받은 피해자만 남았다.
더욱 끔찍한 일은 생활화학제품을 둘러싼 환경이 1994년 가습기 살균제가 처음 탄생하던 시절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업은 여전히 허용치 이하로 물질을 넣어 팔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이제 문제를 알았지만 예산·인력·의지 모두 역부족이다.
언론은 이 문제가 너무 까다롭다 생각하고, 신뢰할만한 전문가는 여전히 드물다. 그러나 대부분의 생활화학제품은 사람을 죽이기보단 서서히 병들게 한다. 더 알아채기 어렵다.
한국인 눈에는 완벽한 시스템을 갖춘 독일도 스스로를 “멀었다”고 한다. 갈 길은 너무 멀다. “10년에 한 걸음씩 가자”는 취재원의 이야기가 오래 남는다. 그만큼 끈질긴 언론의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