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현직 직원들의 공제회인 양우회에 대한 취재를 시작한 것은 순전히 ‘세월호 참사의 실체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양우회가 선박 펀드를 통해 세월호에 투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왔지만, 이런 의혹과 양우회의 실체를 적극적으로 취재하고 다룬 언론은 많지 않았습니다. 관련 의혹이 해소되지 않더라도 적어도 양우회를 통해 국정원의 예산집행과 조직운영의 불투명성 문제를 엿볼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취재는 쉽지 않았습니다. 양우회와 관련해 공개된 정보가 사실상 전무했고, 국정원은 사실상 취재를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사람’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금융업계 관계자, 양우회가 투자한 사업에 관여한 이들, 양우회와 송사로 얽힌 사건 당사자, 양우회 전·현직 임원, 국정원 전·현직 직원 등 수십명을 만나 관련 자료와 정보를 수집하며 양우회 실체 파악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를 통해 확인한 양우회는 알려진 것과 달리 훨씬 거대하고 불투명하며 법 위의 조직이었습니다. 국정원 현직 직원들이 국정원직원법을 위반해가며 양우회에 소속돼 영리업무를 하고, 국정원 기금이 양우회로 지원되는 사실 등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취재과정에서 수많은 이들로부터 도움을 받았습니다. 특히 국정원과 양우회의 개혁을 바라며 ‘무명의 헌신’을 해준 국정원 전직 직원분들께 진심으로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