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는 민심의 풍향계로 불린다. 턱 밑까지 차오르다 억누르는 ‘말’도 택시 안에서만큼은 무장 해제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가까운 지인한테도 숨기는 정치적 성향조차 여과 없이 표출되는 곳이 택시다. 한 평(3.3㎡)도 안 되는 택시 안이 서민들의 ‘대나무 숲’으로 불리는 이유다.
중앙일보 사회2부 이슈팀은 지난달 28일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민심의 향배를 짚어보기 위해 ‘보이스 택싱(Voice Taxing)’을 선보였다. 보이스 택싱은 큰 이슈가 발생했을 때 기자가 직접 택시를 운전하며 시민의 목소리를 듣는 연중 기획물이다. 이를 위해 박민제 기자도 잠시 펜을 내려놓고 택시 운전대를 잡았다.
박 기자는 “정치인들이 ‘민심을 대변한다’고 말하지만 시민들이 ‘정치인들이 말하는 민심’에 얼마나 공감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보이스 택싱을 기획하게 됐다”며 “택시 안에선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속 깊은 이야기까지 말하는 것에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정치인에 의해 한 번 조리된 민심이 아닌 시민들이 직접 전하는 ‘날 민심’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이번 기획은 박 기자가 2011년 탐사팀에 있을 당시 취득한 택시 운전면허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박 기자는 “2011년 8월 ‘2012 선거 민심 ‘빅마우스’ 통해 듣는다-택시기사’를 취재하기 위해 사내에서 지원자를 찾았는데, 체험형 기사에 관심이 많아 지원해 택시 운전면허증을 땄다”며 “택시 운전면허증은 필기시험만 보면 되는데 운전면허증보다 약간 힘든 수준이라 큰 어려움 없이 따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2일부터 지난달 27일까지 네 차례, 총 26시간 동안 승객 14명을 태우며 생생한 민심을 목도했다. 특히 올해는 지면뿐 아니라 ‘운행 일지’ 형식으로 만들어진 온라인용까지 선보였다.
그는 “시민들이 택시를 탄 순간 카메라 2대가 있는 것을 보고 거부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취지에 공감하는 시민들이 많아 큰 어려움 없이 인터뷰를 진행했다”며 “놀라운 얘기는 아니지만 새로운 형식이다 보니 주변에서도 ‘신선한 시도였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총선을 앞두고 기존에 지지했던 당에 대해 환멸을 느끼는 시민들이 많아지다 보니 당을 바꾸는 것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졌다는 것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취재 전 과정이 대로를 달리듯이 무난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박 기자는 “장시간 달리다보니 갈증이나 허기를 달래는 것뿐 아니라 생리현상을 참는 게 가장 힘들었다”며 “3시간 동안 손님 없이 빈 택시로 달리기만 했을 땐 속이 타 들어가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보이스 택싱은 올해 민심 속으로 좀 더 다가가기 위해 ‘가속 페달’을 힘껏 밟을 예정이다.
“보이스 택싱은 저 혼자 만든 게 아니라 이슈팀과 디지털국 등이 협업을 통해 새로운 디지털융합 콘텐츠를 선보이자는 취지에서 만든 거죠. 연중 기획이기 때문에 이번 총선 이외에도 이슈가 있을 때마다 시민들 곁을 찾아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