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지지 않는 청년을 응원하다

경향 '부들부들 청년' 취재팀
1500명 만나 청년문제 진단
"그들의 얘기가 내 얘기였다"

대한민국 청년들은 고달프다. 숨 막히는 스펙 경쟁과 극심한 취업난에 허덕이다 겨우 구한 일자리는 저임금과 비정규직. 그게 아니더라도 청년들은 ‘사축(社畜)’이 되어 장시간의 노동을 감내해야 하고 수천만 원의 대학등록금과 높은 주거비 앞에서 또 한 번 절망한다. 청년들이 그 ‘푸름’을 만끽할 수 없다는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진부한 소재가 됐지만 경향신문은 올해 창간 70주년을 맞아 ‘청년’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대다수의 보통 청년이 겪고 있는 문제에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점이 드러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6일 끝난 ‘부들부들 청년’ 시리즈의 시작은 그랬다. “청년 기자가 청년 문제를 다루는 게 의미 있을 것 같다”는 뜻을 반영해 청년 기자가 청년 문제를 취재했고, 이들 간에 자유로운 의견 교환으로 시리즈가 구성됐다. ‘부들부들 청년’ 취재팀인 송윤경, 이혜리, 이효상, 정대연, 김서영, 김원진 6명 기자의 평균 나이는 29.3세. 지난해 11월 이들이 처음 만났던 4평 남짓의 회의실은 곧바로 작업장으로 변신했고 이곳에서는 셀 수도 없이 많은 회의가 이어졌다. 밥 먹으면서, 술 마시면서, 담배를 태우면서, 심지어 퇴근 후에 카톡으로도 이들은 끊임없이 얘기를 나눴다.


“문제의식이 공유돼야 글이 들쑥날쑥하지 않거든요. 선후배 관계를 떠나 서로의 의견을 가감 없이 공유했어요. 그래서 ‘부들부들 청년’이라는 기획명을 선정할 때도 청년실록, 청년리포트 같은 고리타분한 제목보다는 ‘흙클베리 핀의 모험’ ‘젊은 베르테르의 고생’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튀어나올 수 있었죠.”(송윤경)


끊임없는 의견 교환 속에 이들이 내놓은 결과물은 4부 17편. 20~34세 103명을 대상으로 한 초점집단면접에서 ‘우린 붕괴를 원한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전한 것을 시작으로 취재팀은 ‘이번 생은 망했다’는 청춘들의 열패감과 고교·전문대·지방대 졸업자 등 언론보도에서 소외된 청년들, 긴 노동과 저임금으로 축난 사회인 청년들의 고달픔을 다뤘다. ‘흙 심은 데 흙 나는’ 가난의 대물림과 건물주의 물주가 되어 등골을 빨리는 청년들의 삶, 지방 청년들의 모습까지 이들이 만났던 1500여명 청년의 모습은 다양했고 그것이 실제 청년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청년들의 삶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만큼 취재팀은 해결책을 제시하고 싶었다. 그래서 청년이 없는 한국 정치를 비판하고 청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88만원 세대 이후 몇 년째 청년 문제가 이어지고 있잖아요. 이제 와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면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청년들은 해결책을 고민할 여유가 없잖아요. 하루 종일 밖에서 시달리다 집에서 휴대전화를 만지다 잠드는데 한 발 떨어져 살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이혜리)


시리즈의 반응은 뜨거웠다.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포털 사이트에 달린 댓글은 1만7000여개에 달했고 누리꾼들은 “감정적으로 과잉되지도 않고 객관적이다” “이 기사 사이다다”라는 긍정적 반응과 함께 “세대론으로 점철된 최악의 시리즈”라며 논쟁을 펼치기도 했다.


“사실 취재한 것에 비해 기사로 많이 소화를 못 했어요. 지면의 한계도 있었고 나가지 못한 내용이 많아 비판을 들을 때면 아쉽기도 했죠. 여력이 있었다면 온라인 기사도 송고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후회를 나중에야 했습니다.”(김원진)


기획은 끝났지만 아직 청년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취재팀의 표현을 빌리자면 ‘청년은 여전히 한겨울 언 땅 속 씨앗’이다. 그래서 아쉬운 점도 많고 느낀 점도 많다. 무엇보다 이번 시리즈는 자신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욱 각별하다.


“청년들의 굴곡진 인생사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죠. 그건 내 얘기이기도 하니까요.”(이효상)
“기자라는 직업적 위치 때문에 우리에게는 어느 정도의 환각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개인 송윤경은 삶의 고통과 연결돼 있고 모든 문제가 내가 속한 커뮤니티 안에서 일어나는데 그 연결고리를 잊고 살았던 거죠. 기자가 아닌 저 자신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현실적으로 바라보게 됐다는 것, 이 기획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송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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