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준호 한겨레 기자는 지난달 10일부터 정보기관의 무차별 통신자료 수집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방 기자는 “취재를 하면서 통신자료 속의 개인정보가 다른 민감한 정보도 파악할 수 있는 ‘만능열쇠’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특히 기자들은 취재원 보호 관점에서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방 기자와의 일문일답.
-방 기자도 통신자료 제공 내역을 확인해봤나.
나도 이동통신사에 요청해 통신자료 제공 내역을 받아봤다. 총 2건이었는데 서울지방경찰청과 마포경찰서에서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통신자료를 받아갔다. 12월은 민주노총 관계자와 통화했기 때문인 것 같고 1월은 내 취재원이 수사를 받고 있어 자료를 가져갔다.
-지난달 18일 ‘출석요구’를 받고 서울 마포경찰서에 참고인 자격으로 나갔다.
취재원이 수사를 받고 있었는데 내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알고 싶어서 나갔다. 그랬더니 이동통신사로부터 통신자료를 받아 나를 확인했다고 하더라. 그 때 통신자료를 통해 나를 확정했다는 걸 알게 됐다. 제대로 기사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민주노총 관계자들의 통신자료 제공내역을 받았을 때는 문서번호 상당수가 한겨레 기자들과 겹치는 등 이상한 점이 많았다. 캡이 전체 회람을 돌려 한겨레 기자들의 통신자료 제공 내역을 수집하기 시작했는데 특정일에 조회 당한 사람들이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를 썼다.
-기사를 쓰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사실 관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 힘들었다. 의혹성 기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문서번호가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왜 특정일에 통신자료 수집이 대량으로 이뤄졌는지 속 시원한 답변을 듣기 어려웠다. 강신명 경찰청장이 지난달 14일 기자간담회에서 통신자료 수집 사유를 공개하는 데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로 이유를 밝히기가 더 쉽지 않았다. 정황은 있는데 정황에 대한 설명이 없어 고민이 컸다.
-통신자료에 포함된 개인정보가 중요한 정보라고 생각하나.
처음에는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취재를 하면서 정보인권 전문가들이 주민등록번호가 ‘만능열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더라. 그 후부터는 정보·수사기관이 중요한 개인정보를 마구잡이로 가져가고 이후의 처리 과정은 전혀 알 수 없는 시스템이 굉장히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들에 대한 통신자료 수집은 언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나.
저 같은 경우 취재원과의 관계가 통신자료 조회로 드러났다. 익명의 취재원을 보호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기자는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전통적으로 비밀이 보장돼야 하는 직업이다. 매일 수십 통의 문자와 전화를 주고받는 관계가 무차별적으로 수집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고 취재의 자유가 이런 식으로 침해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계에 기반해 먹고 사는 기자들에게는 민감한 주제라고 생각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최소한 통신사실확인자료처럼 통신자료도 통신비밀법의 규제 대상이 돼야 한다. 또 일선 검사와 경찰들도 통신자료가 수사상 꼭 필요한지 한 번쯤 생각했으면 좋겠다. 이동통신사의 경우에는 기계적으로 자료를 내주기보다 고객의 개인 정보가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시민사회단체는 사실확인서를 모으고 있다. 메일(infoprotect2016@gmail.com)이나 팩스(02-2635-1134)로 많은 시민과 기자들이 참여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