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기술보다 저널리즘 고민해야"

'로봇저널리즘' 박사학위 김대원 전 매일경제 기자

“로봇저널리즘, 저널리즘은 없고 로봇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로봇저널리즘’으로 국내 첫 박사학위를 받은 김대원 전 매일경제 기자는 국내 언론에 본격 등장한 로봇저널리즘을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로봇저널리즘에 대한 두 가지 고찰-한국의 신문산업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지난 2월 고려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동안 국내 로봇저널리즘 연구는 기술 중심이었다. 로봇저널리즘이 구현될 수 있나, 인간과 로봇이 쓴 기사를 구별할 수 있나 등이 주요 논제였다. 그러나 김 박사는 언론사 경영진과 기자의 관점에서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이 로봇(알고리즘)이라는 새 기술의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주체라는 판단에서다.


“기자들은 로봇의 도입으로 두 가지를 우려하고 있어요. 먼저 저널리즘 훼손입니다. 저널리즘의 핵심은 기사의 가치 판단과 의제 설정인데 로봇은 할 수 없는 일이죠. 다음은 고용 안정성이에요. 하지만 경영진들은 비용 감소를 위해 로봇을 이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인건비를 줄이겠다는 거죠. 기술에 대한 신뢰 확보와 고용을 둘러싼 갈등이 로봇저널리즘 확산 여부를 좌우할 겁니다.”


김 박사는 단순히 스트레이트를 생산하는 로봇은 저널리즘 측면에서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로봇이 기자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면 심도 있는 기사가 탄생한다”는 생각은 막연한 개연성이라는 것이다.


“로봇은 인간보다 빠르고 정확한 계산을 해요. 방대하고 어려운 데이터를 오랫동안 관찰하거나 분석할 수도 있고요. 이 점을 활용해야 합니다. 로봇은 저널리즘 구현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어야 해요. 로봇을 도입하면서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경제지 기자였던 그가 휴직까지 하고 언론학 박사과정을 밟게 된 것도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학보사 편집장을 거쳐 지난 2005년 언론사에 입사한 그에게 ‘기자’는 평생 하고 싶을 만큼 좋은 일이었다. 그러나 언론 상황은 날로 어려워졌고 기자들도 무너지고 있었다.


“언론이 왜 이렇게 된 건지, 밖에서 공부하고 싶었어요. 2년간 박사과정을 마치고 회사에 복귀할 무렵엔 고민이 많았습니다. 일을 병행하면서 논문을 쓸 자신이 없었거든요. 또 기자가 아닌 삶을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요. 그동안 회사에서 많이 배려해 주셨지만 결국 퇴사했어요. 국내엔 제가 전공한 미디어경영·전략 연구가 많지 않더라고요. 공부로 미디어업계에 도움이 돼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는 ‘혁신하지 않는 언론, 혁신할 필요 없는 언론’을 국내 미디어업계의 문제로 꼽았다. 특히 ‘뉴스 콘텐츠=무료’라고 인식하는 소비자들도 이를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 중순부터 카카오에서 새로운 일을 하게 됐지만 더 나은 미디어 환경을 위한 연구는 계속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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