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차근차근 진실을 담아내겠습니다"

'현장 12시간' 취재 선대식 오마이뉴스 기자

‘빠른 취재와 짧은 기사가 미덕인 이 시대 저널리즘에 이의를 제기한다. 저는 천천히, 차근차근, 깊숙이 현장을 기록하려 한다. 짧게는 12시간에서 길게는 24시간 현장을 지키려고 한다.’


무심코 클릭한 기사 첫머리에 당찬 편집자말이 붙어있었다. “글은 짧지 않지만 그래도 좋은 글을 쓴다면 독자는 이를 허투루 넘기지 않으리라 믿는다”며 “열심히 하겠다”는 부분에서는 남다른 각오마저 느껴졌다. 기사를 작성한 이는 올해로 10년차인 선대식 오마이뉴스 기자. 편집자말와 함께 붙어있는 기사는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는 대학생들과 보낸 24시간의 기록이었다. 그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됐을까. 지난달 26일 그를 만났다.


“수많은 기자 중 한 명이 되고 싶지 않았어요. 예를 들어 정치부 시절 새누리당 최고위원회 내용을 기사로 쓸 때 저뿐만 아니라 수십 명의 기자들이 똑같은 기사를 썼죠. 빨리 써야 하니 내용도 차별화하기 힘들었고, 이 기사를 내가 안 쓰더라도 크게 달라질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러려고 기자한 게 아닌데, 그런 생각을 하다 우연찮게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그가 얻은 기회란 기획취재팀의 일원이 된 것을 말한다. 오마이뉴스는 올해 초 기존의 정치, 경제, 사회부 등 출입처 중심의 편집국 조직 형태를 해체해 이슈팀과 섹션별 그룹 취재 시스템으로 통합하고 별도로 기획취재팀, 탐사보도팀을 두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기획취재팀으로 부서를 옮겼다. “부서를 옮긴 후 어떤 차별화된 기사를 써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대학생들이 소녀상을 지키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같이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한두 시간만 취재하는 것보다 하루를 함께 보내고 싶었어요.”


1월27일 오전 9시부터 1월28일 오전 9시까지의 기록은 그렇게 시작됐다. 너무 추워 고생이었지만 하루를 같이 보내며 선 기자는 한두 시간 취재할 때와 하루를 취재할 때 기사의 내용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를 경계하던 대학생들은 이런 저런 얘기들을 털어놓았고 끊임없이 밀려드는 후원의 손길과 사람간의 정을 실시간으로 기록할 수 있었다.


그가 장시간의 기록을 계속 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최근 15시간 동안의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 체험에 이어 그는 현재도 비밀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현장에서 뛰고 있다. 이번엔 24시간이 아니라 몇 백 시간이 될 수도 있는 장기 취재라고 선 기자는 말했다.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목표는 한 달이고 이제 3일차입니다. 소녀상 때도 그렇고 택배 상하차 때도 너무 힘들어서 선배들에게 그만두고 싶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또 하고 있는 걸 보면 재밌긴 한가 봐요.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 못지않은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 계속 현장에서 취재하는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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