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8뉴스’의 앵커를 지낸 김성준 기자는 최근 낸 책 ‘뉴스를 말하다’에서 한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클로징 멘트’로 여기저기서 시달리던 시기 그는 자신을 아끼던 언론계 원론 한 분으로부터 육필 편지를 전해 받았다.
편지에는 “앵커맨은 정부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해야 합니다. 사람은 그냥 한 번 죽게 돼 있죠. 뭐, 알아서 하십시오”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편지를 받고 식은땀이 났다고 고백했다. 그는 책에서 “기자가 기사 쓸 때 목숨 내걸 일은 사라졌지만 각오만은 곧추 세우라는 당부로 들렸다. 그동안 앵커 한답시고 거들먹거리던 내가 부끄러웠다. SNS에 비난 댓글 몇 개 달리고 신상 털기 좀 당한다고 힘들어해서는 앵커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어느새 앵커직만 도합 9년을 맡은 26년차 기자가 됐다. 언론인으로서 해온 고민들을 그가 선배들로부터 전해 들었듯, 후배들에게 전달하고 흘려 보내는 게 어색하지 않은 때가 됐다는 의미다. “낡은 일기장 하나를 정리하고 덮은 느낌”이라는 그는 1991년 기자생활 시작부터 2014년 앵커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그를 성장케 했던 경험들을 술회하며 그동안 할 기회가 없었던 이야기들을 온전히 책에 담았다. ‘앵커가 뉴스에서 사견을 말하냐’는 클로징 멘트 비판에 대한 반박이 대표적이다.
“클로징멘트는 뉴스를 마치며 그날 한 가지 관점이라도 시청자들이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SBS뉴스의 관점이지 개인의 의견이 아니었다. 이 비판은 뉴스에 가치를 입히려 하는 순간 공정성, 객관성을 잃는다는 건데, 저는 공정이나 객관이 뉴스의 목적이 될 순 없다고 생각한다. 뉴스 본연의 목적은 양파를 보니까 이렇게 생겼다는 게 아니라 알갱이만 남을 때까지 양파껍질을 벗겨보려는 거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스스로 몸담고 있는 언론계가 함께 반성해야 될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했다. 양파껍질을 끝까지 벗겨보려는 노력을 해왔는지, 관심을 끌기 위해 포장에만 신경 쓴 것은 아닌지, 현장을 지키는 기자로서 역할을 다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후배들에게 ‘내가 지금 현장에 왜 서 있어야 하는지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세상을 더 낫게 만드는 여러 방식이 있겠지만 우리는 사실을 사실대로 전하는 걸 통해 세상을 바꾸려는 거란 걸 명심했으면 좋겠다. 관점을 전달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사실을 말하면서 관점이 전달되게 해야 한다는 거다. 우리는 사실로 의견을 얘기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지난해 11월부터 보도국 정치부장을 맡게 된 그에게 이번 책은 그동안의 기자생활을 통해 형성된 그의 ‘언론관’과 앞으로의 ‘지향’을 보여주는 중간정산(?)의 ‘클로징 멘트’이기도 하다. 정치부장으로 부임한 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거했고, 이후 갑작스런 야당 분열, 수십 년만의 한일 위안부 합의, 최근 북의 위협과 개성공단 폐쇄사태까지 터지며 그는 속성으로 적응을 마쳤다.
그는 “정치부 기사를 정쟁으로 보지 말고 정보가 되는 뉴스를 만들라고 하고 있다. 출입처가 아닌 시청자가 알아듣도록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선거 국면에서 우리가 본질적으로 지켜야 하는 공정성 객관성은 엄격히 지키자는 정도의 얘기까지를 했다”고 설명했다. 한 시기에 대한 클로징 멘트 후에도 그의 기자생활은 바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