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치부 폭로한 성완종 회장이 주인공"

한국기자상 수상자 수상소감 전문

4일 열린 제47회 한국기자상 시상식에서는 기자들의 진솔한 수상소감이 청중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들은 떨리는 마음을 억누르며 한국기자상을 받기까지 응원하고 격려해준 제보자에게, 동료에게, 가족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렸다.


수상자들은 “상을 준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겠다”면서 “언론의 잘못을 반성하고, 언론이 맡은 역할을 다 하겠다. 더 나은 기자가 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아래는 수상자들의 수상소감 전문이다.


<거액 금품수수 현직판사 사채왕과 유착 커넥션 추적> 강철원 한국일보 기자
처음 받는 한국기자상이라 너무 떨려서 말이 안 나온다. 짧게 말하겠다. 사채왕 현직판사 유착보도가 2014년 4월8일 첫 보도됐다. 2년 만인데 심사위원들이 잊지 않고 평가해줘 감사하다. 10개월 만에 사실관계가 밝혀졌는데 그 사이에 한국일보 선후배들이 응원해주지 않았다면 이 상을 받기가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끝까지 취재기자의 보도를 믿고 격려해준 한국일보 동료들에게 감사드린다.



<'성완종 최후의 인터뷰' 및 '성완종 리스트' 파문> 이기수 경향신문 기자
먼저 이렇게 역사도 깊고 권위 있는 상을 준 심사위원들에게 감사하다. 성완종 사건을 어떻게 풀어갈지 머리를 맞대고 이끌어준 편집국장, 함께 팀을 이뤄 80일간 추적 보도한 후배들, 이 자리에 축하하러 와준 동료 선후배 모두 고맙다. 며칠 전 성완종 회장의 장남으로부터 카카오톡이 왔다. 지금 외국에 있는데, 이완구 전 총리의 유죄 판결이 나온 그날 밤이었다. 이것저것 마음 고생하셨다면서 전화가 왔는데 아버지 생각이 무척 나는 날 같았다. 아버지의 육성 인터뷰가 법정에서 증거로 공식 채택되고 죗값을 받는 사람이 나오게 된 것에 대해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여전히 진실의 일부만 드러났다는 생각이 든다. 이 상의 주인공은 무엇보다 열 달 전 스스로 권력 실세들에게 구명운동에 나섰던 것을 부인하지 않고 스스로의 목숨을 던지면서 살아있는 권력들의 속살과 치부를 폭로한 성완종 회장이라고 생각한다. 망자의 인터뷰로 상을 받는 마음이 항상 무겁다. 꽤 오랜 시간 심적 트라우마도 있었고, 많은 방송과 언론에서의 인터뷰나 상도 마다했다. 성 회장이 죽고 100일째 되던 7월 말 쯤에 그의 아들과 성 회장이 목매달았던 북한산 때죽나무 밑에 가봤다. 아들이 막걸리를 따라주면서 “부장님 상 안 받으신다고 들었습니다. 받으세요. 지금도 저렇게들 덮어버리려고 하고 있는데 상을 받으면서 아버지가 했던 말, 그 진실을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새겨주셨으면 해요. 아버지도 하늘에서 그걸 원하실 겁니다”라고 했다. 이렇게 큰 상을 받은 소감을 이 말로 대신할까 한다. 두 달 뒤면 1주기가 올 텐데 다가올 설에도 마음을 가누지 못하고 슬퍼하고 있는 유족들에게, 이 순간 하늘에서 보고 있을지도 모를 성 회장에게 이 상을 드리겠다. 감사하다.



<재향군인회 '돈 선거' 의혹 및 향군 비리 커넥션 추적> 이승욱 시사저널 기자
아직 많은 분들께 기사의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올해 시사저널 창간 27주년이다. 그동안 우여곡절도 있었는데 시사저널이 그동안 계속 유지해온 것은 강한 뉴스에 대한 요구였다. 강한 뉴스,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 이것을 어떻게 언론에 담아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저 역시도 마찬가지다. 언론 환경에 대해 앞서 많이 지적했지만 과거와 다르게 좋지 않은 상황이다. 저 역시 느끼고 있는데 기자상 수상하면서 비판과 견제가 얼마나 중요한 사명인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기자상을 준 한국기자협회 분들에게 감사하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지난해 11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누나가 울면서 저희 어머니가 암이 걸리셨다고 얘기했다. 어머니는 지금 항암 2차 치료 중이다. 이번 상 수상을 알게 된 건 암을 인지하고 나서인데 이 상이 어머니께 조금이나마 큰 힘이 되고, 쾌유를 빨리 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 있다. 그리고 제 아내, 딸 송화, 아들 서준이 등 가족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부모에게 감사하다. 마지막, 잊지 않고 있다. 시사저널 식구들 저만 수상해 죄송하고 앞으로 더 많은 수상작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항상 고맙다.



<기업발 경제위기 시리즈> 노영우 매일경제 기자
경제위기에 대한 보도를 할 때 항상 저희가 유념하는 것은 경제위기 보도는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IMF의 교훈이었다. 또 경제위기론을 남발해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는 것도 유념했다. 두 가지 부분에 초점을 두고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하며 보도했고 그 보도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해줘 진심으로 감사하다. 특히 저희가 234개 좀비기업 상장사 명단을 취재했을 때 한 기업이라도 명단이 잘못됐으면 엄청난 위험이 있었다. 그럼에도 취재진을 믿고 보도한 편집국장 이하 데스크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보도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해준 한국기자협회와 모든 분들에게도 감사드린다.



<부끄러운 기록, 아동학대> 임인택 한겨레 기자
우리나라에서 한국기자상만큼 의미 있고 명예로운 상은 없다고 생각한다. 운이 좋아 저는 세 번째 받게 됐는데 고생한 바가 없지 않지만 많은 운이 따랐던 것 같다. 특히 이번 보도는 기획만 했을 뿐이지 밤낮없이 취재하고 몸통을 구성해 독자를 울린 기자는 제 앞의 동료 기자들이다. 또 오래 전 시작된 기획이지만 많은 지원 덕분에 5명이 한 팀을 구성해 석 달 이상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아이들도 있어 미안하지만 아동학대보도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였다. 20살도 되지 않아 사라진 이름과 꿈 하나하나를 한겨레가 호명하고 위로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르몽드 창간인이 ‘슬픈 진실은 슬프게 말하라’고 했는데 아픈 진실을 아프게 어른들에게 전달하면 아동학대 사망 정도는 충분히, 상당히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지나고 보니 과욕이었던 것 같다. 며칠 전 뉴스에서도 봤듯이 사회가 아이들을 호명하는 속도보다 사라지는 속도가 더 빠른 것 같다. 아동복지는 아이들 피를 먹고 겨우 나아진다는데 아이들 희생으로 한겨레 보도도 상을 받은 것 아닌가 생각한다. 동료들과 이 상을 준 의미를 아주 오랫동안 곱씹도록 하겠다.



<세월호 탐사 보도> 정은주 한겨레21 기자
한겨레21은 세월호와 2년간 동행했다. 왜, 어떻게 2년간 동행하게 됐을까, 어제 잠깐 생각했다. 세월호 사고가 난 후 잡지 마감을 마치고 금요일 밤차로 현장을 갔다. 진도체육관을 갔고 2박3일 동안 있다가 월요일에 올라왔다. 그 시간 동안 저는 단 한 명도 인터뷰를 하지 못했다. 그냥 진도체육관 2층에 누워서, 앉아서 그냥 48시간을 그대로 있다 돌아왔다. 낮인지 밤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환한 불빛이 있는 곳에서 엄마, 아빠들이 울다 잠이 들고 다시 깨어나서 소리를 지르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 왔다. 지난 2년은 그 48시간을 반성하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2년 동안 동행할 수 있었다. 제가 혼자 서 있는 이유는 한겨레 기자들 전부가 같이 했기 때문이다. 다 여기에 설 수 없기에 저 혼자 올라왔다. 그 시간을 반성할 수 있도록 충분히 허락해준 한겨레21 편집장과 출판국장, 사장님 등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아직 저희의 기록은 끝나지 않았다. 어제도 원고를 마감하느라 글을 쓰고 왔는데 앞으로도 이 반성을 끝내지 않겠다. 감사하다.



<광복 70년 특집 다큐멘터리 '끌려간 소녀들, 버마전선에서 사라지다'> 노윤정 KBS 기자
기라성 같은 선후배들이 많은데 큰 상을 세 번이나 연속으로 받게 돼 어깨가 무겁다. 위안부 취재하면서 처음으로 오지 취재를 가봤는데 개인적으로 느낀 것, 생각한 것이 많은 시기였다. 한 시간 정도 서있으면 모기가 40~50방 물리는 곳까지 우리 할머니들이 가 계셨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많이 무거웠고, 태국 일본 중국에서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전쟁과 인권문제를 관심 있게 연구하시는 분들을 보며 부끄럽다는 생각도 했다. 최근에는 이 문제를 어디서 어떻게 해결할까 하는 생각을 스스로도 했었는데 많은 걸 느낀 시간이었다. 한국기자협회가 이 상을 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할머니들이 모두 다 해결이 됐다고 생각할 때까지 언론으로써 관심 갖고 취재에 노력을 기울이겠다. 감사하다.



<질병관리본부 오판, 강제퇴원 메르스 확산시켰다> 류설아 경기일보 기자
수상소감을 말하자니 가슴이 뭉클해서 말을 잇기 힘들다. 수상한 것도 기쁘지만 앞선 쟁쟁한 분들의 수상소감을 들으니 이 시대를 살아가는 기자들에게 많은 사명감과 심적 고통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걸 느꼈다. 이 상을 타면서 다시 취재후기를 써야 했기에 메르스 사건 기사를 돌아봤다. 지역에서 한 민간병원이 질병관리본부에 코호트 지정을 먼저 요청했음에도 기본 매뉴얼도 없는 상태에서 그 요구조차 묵살해 결국 전국으로 확산된 비극적 사건이었다. 전국의 언론사가 보도했는데 경기일보가 상을 탔다는 점에서 뿌듯하지만 경기도에서 사건이 벌어지고, 정부의 무능이 더 드러난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취재후기를 쓰면서 메르스라는 단순한 질환 바이러스보다 변명과 거짓이 만들어낸 바이러스가 더욱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더 큰 변명과 거짓이 만들어내는 바이러스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그 바이러스를 예방하고 퇴치하고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회장님과 가장 먼저 앞선 판단을 해준 편집국장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두 돌 된 딸을 데려오고 싶었는데 어젯밤 갑자기 고열이 나서 못 데려왔다. 내년에 또 상을 받으라는 계시인 것 같다. 앞으로 당당한 여기자로, 당당한 지역신문 기자로 활동하겠다. 감사하다.



<산업재해 은폐 의혹-그들은 왜 119 구급차를 되돌려 보냈나?> 박현호 청주CBS 기자
이 자리에 선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생각해보게 된다. 어려운 만큼 기쁨도 큰 것 같다. 한국기자상의 무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는데 그간 수상소감 자리에서 진부한 소감이 나올 때마다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생각했었다. 오늘 저도 진부한 소감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상의 무게에 비춰 지난 취재과정이나 내용을 되돌아보면 참 아쉽기도 하고 부끄러운 생각도 든다. 이 상을 계기로 아쉬운 점들을 되새겨서 이 상이 부끄럽지 않은 더 나은 기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감사하다.



<생태하천 20년, 방향 잃은 물길> 박진국 부산일보 기자
수상의 영광을 안겨주셔서 감사하다. 기자생활 하는 동안에 어느덧 트로피를 3개 모았는데 오늘 처음으로 시상식을 왔다. 멀리 살다 보니, 또 지역신문에 있다 보니 안 보내 줘서 못 왔는데, 와서 보니 많은 도전과 영감을 얻게 되는 것 같다. 도중에 잘리지 않고 높은 사람이 된다면 수상한 기자를 꼭 올려 보내고 싶다. 오늘도 같이 못 온 동료들이 있어 마음이 아프다. 이번 보도가 의미 있는 것은 경찰팀에서 한 기획이기 때문이다. 사건·사고가 발생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와중에도 틈틈이 더러운 하천에 장화를 신고 들어가 현장 곳곳을 누볐다. 고생을 많이 했다. 그 때 시경캡을 하면서 후배들을 고생하는 자리에 몰아넣고, 밤늦게 보냈는데 참아준 가족들에게 감사하다. 항상 지켜봐주고 응원해준 것도 감사하다. 이 보도는 시민사회의 응원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보도다. 이 보도 이후 굉장한 파장이 있었다. 부산에서는 한때 몰락했던 민간 거버넌스가 회생하면서 하천 복원이 원점부터 시작됐다. 도와준 여러분들에게 감사하고 이 보도가 지속될 수 있도록 인터랙티브 구현을 했는데 관심을 끊지 않고 끝까지 하천정책을 감시하며 언론의 역할을 하겠다. 감사하다.



<시각장애인들 길바닥 언어를 잃다> 박서강 한국일보 기자
누구나 가슴 속에 열정 하나쯤은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열정을 어떤 의미 있는 결과로 만들어내는 데는 혼자만의 노력보다 여럿이서 힘을 합쳤을 때 훨씬 수월하다는 것을 일을 하면서 느끼고 있다. 많이 부족한데도 큰 상을 받게 된 데는 지금도 현장에서 뛰고 있는 동료들의 힘이 보태진 덕분이다. 항상 저희에게 격려와 응원 아끼지 않는 한국일보 선후배들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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