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 미술보다 예술적인 측면에서 더 우수한 것 같습니다. 미술은 눈으로만 즐길 수 있는 반면 음식은 오감으로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 김성윤 음식담당전문기자는 입사(2000년) 때부터 사내 화제의 인물이었다. 입사 면접 당시 미국 육류수출협회에서 주관했던 ‘창작요리대회’에서 돼지고기 부문 3위를 차지한 게 계기가 돼 입사까지 성공한 케이스였기 때문이다.
“원래 기자가 될 생각이 없었죠. 자식들에게 무엇 한번 해보라고 한 적 없는 어머니가 두 번이나 권유해 시험을 보게 됐는데 다른 지원자들처럼 스펙 관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원서에 창작요리대회 입상 경력을 써놓았죠. 면접관들의 질문이 수상경력에만 집중됐고 당연히 떨어진 줄 알았죠.”
김 기자의 모친도 한국일보 기자로 합격했지만 외조부의 반대로 그 꿈을 이루지 못한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고 했다.
입사 당시만 해도 독특해 보였던 이력이 빛을 보는 덴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2002년 이전만 해도 지면에서 음식을 다루는 신문이 많지 않았지만 이후엔 상황이 바뀌었다”며 “음식과 관련된 기사를 써야 하는데 아는 사람이 없다보니 음식을 좋아하는 제가 맡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음식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북 출신인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아버지가 이북 출신이기 때문에 명절이나 생일이면 온 식구가 모여 만두를 빚는데 워낙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어서 남자들도 매달려야 했죠.”
그는 전문기자제를 강화하는 회사 방침과도 맞아 떨어지면서 지난해 음식담당전문기자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종합일간지에선 유지상 전 중앙일보 기자에 이어 두 번째이고 현재 유일한 이 분야 전문기자다. 16년째 접어든 기자생활 중 11~12년 간 한우물을 판 결과물이었다.
김 기자는 “제 입맛이 모든 독자들과 같을 수 없기 때문에 기사에 어느 정도 주관적 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다만 취재 과정이나 글을 쓰는 과정 등이 떳떳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맛집을 보는 눈도 나름대로 내공이 쌓였다. “음식점도 관상이 있기 때문에 식당 주인의 목소리만 들어도 맛집 여부를 대충 알 수 있습니다. 예컨대 전화로 위치를 물어보면 상세히 알려주는 집은 맛집일 가능성이 높은데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물어봤기 때문이죠.”
또 백화점식 메뉴를 가진 식당보다는 일관된 메뉴를 가진 식당(예컨대 설렁탕집이 수육을 파는 경우), 호남 지명 혹은 할머니, 이모 호칭을 딴 식당, 식당 카운터에 주인 배우자나 딸이 있는 경우를 선택했을 때 실패 확률이 적어진다고 귀띔했다.
“음식을 먹을 때 가장 중요한 게 에너지이고 그 다음이 건강·위생이죠. 맛은 세 번째 혹은 네 번째 가치죠. 그런 측면에서 보면 구내식당들이 너무 저평가된 측면이 있습니다. 구내식당 밥을 먹으면 금방 배가 꺼진다고 하는데 그만큼 소화가 잘 된다는 뜻이죠.”
김 기자는 “오려 둘 만한 가치 있는 기사, 사람들에게 좀 더 나은 식생활 방향을 제시하는 기사를 쓰고 싶다”며 “작년부터 외식업계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 해 동안 다녔던 음식점 중 좋았던 곳을 설문조사해 순위를 정하고 우리말과 영어, 중국어로 발표하는데 이를 통해 국내 셰프들을 외국의 미식가들에게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