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 신문 편집국에서 ‘기획’이란 단어는 오염되어 있습니다. 팩트에 대한 치열한 추구 없이 나태한 취재에 바탕해 관점을 앞세워 만든 저널리즘이라는 이미지가 그것입니다. 캠페인성 기획기사 때문에 생긴 이미지일지 모릅니다. 탐사보도와 내러티브 저널리즘은 이처럼 오염된 ‘기획’이란 단어와 쌍으로 묶여, 종종 함께 비난받습니다.
그러나 탐사보도와 내러티브 저널리즘의 본령은 검경과 출입처가 알려주지 않는 중요한 사실과 ‘전체 그림(whole picture)’의 추구와 발굴이라 생각합니다. 관점의 추구가 아니라 사실의 발굴이 의무라 생각합니다. 2015년 한국을 흔들었던 이슈들은 ‘출입처 나와바리’로는 ‘전체 그림’을 그릴 수 없었습니다. 세월호 사건의 ‘나와바리’는 사회부 지역 취재팀만의 주제가 아니었고, 국정원의 해킹프로그램 구입 사건의 담당자는 정치부 혹은 경제부 IT 담당 기자 단독일 수 없었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스노든 문건을 조사해 NSA가 한국을 해킹한 정황을 취재했습니다.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한국이 NSA에 해킹당한 정황도 부분적으로 드러났습니다.
기자들은 자주 ‘시의성’이란 말을 씁니다. ‘당장 중요해 보이는 일’이라는 의미로 주로 사용합니다. ‘독자와 대중에게 중요한데 실체적 진실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일’로 시의성의 의미를 조금 넓게 해석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한겨레 탐사기획팀은 계속 이런 문제의식을 좇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