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트 타이어 대량 유통

제303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 / KBS대전 성용희 기자

취재는 지난해 9월, 한 통의 제보전화로 시작됐다. 완성차 업체 연구소에서 차량 주행 시험에 사용하고 폐기하는 ‘테스트 타이어’ 중 일부가 시중에 새것으로 둔갑해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테스트 타이어’는 극한 상황을 가정한 고속 주행과 급제동을 반복하기 때문에 수명이 크게 단축돼, 전량 폐기해야 한다.


타이어를 빼돌린 곳은 완성차 업체가 테스트가 끝난 타이어를 폐기 처리하도록 지정한 폐기물처리업체였다. 겉보기가 멀쩡한 것들을 골라 판매점에 팔아넘겼고, 판매점은 이 타이어를 창고에 보관하고 있었다. 취재진이 경찰과 함께 창고 안을 확인한 결과, 쌓여 있던 타이어만 8천 개가 넘었다. 이유는 돈이었다. 폐기물처리업체는 타이어를 파쇄한 뒤 밧줄 등 다른 제품으로 재활용해야 하는 데, 돈을 더 받을 수 있는 타이어 판매점으로 빼돌린 것이다.


경찰은 취재와 함께 수사를 벌여 지난 4년간 시가 6억원어치, 8천여 개의 테스트 타이어가 판매된 사실을 밝혀냈다. 보도 이후 완성차 업체와 타이어 제조사들은 ‘테스트 타이어’ 유출 과정에 문제는 없었는지 자체 점검을 벌였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은 완성차 업체 등 ‘테스트 타이어’ 배출업자가 폐기물처리업체를 선정해 폐기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경우처럼 폐기물처리업체가 작정하고 ‘테스트 타이어’를 유통할 때는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없는 실정이다.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타이어의 유통. 허술한 법제도 개선은 남겨진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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