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쿼리, 자바스크립트…새로운 도전이었죠"

'지구의 밥상' 디지털화 황경상 경향신문 기자

지난해 8~9월 10차례에 걸쳐 경향신문 지면에 소개됐던 ‘지구의 밥상’ 시리즈에 ‘디지털 새 옷’을 입힌 사람이 있다. HTML(웹 문서를 만들기 위하여 사용하는 기본적인 프로그래밍 언어)과 자바스크립트(정적인 HTML 문서와 달리 동적인 화면을 웹페이지에 구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스크립트 언어), 제이쿼리(자바스크립트의 복잡한 사용법을 재정리한 라이브러리)를 독학해 웹페이지로 만든 황경상 경향신문 기자가 그 주인공이다.


당시 미디어기획팀에 속해 있던 그는 이전 팀원들이 남긴 HTML 책을 심심풀이로 보다가 팀장의 눈에 띄어 개발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새로운 디지털 전략을 짜던 팀이 다양하고 즉각적인 시도를 하기 위해 그에게 직접 개발을 해보길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황 기자는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없었다. “사실 중·고등학교 때 프로그래밍에 누구보다 흥미를 느꼈었어요. 컴퓨터 학원을 다니면서 베이직 언어도 배웠고, 내보일만한 건 아니지만 게임도 만들었었죠. 그런데 별 재능도 없는 것 같고 입시공부에 매진하는 사이에 프로그래밍은 까맣게 잊었었거든요.”


그의 속마음과 다르게 일정은 빠르게 진행됐다. ‘지구의 밥상’ 기획물을 디지털에서 보기 쉽게 페이지로 구현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얘기가 나왔고 정신을 차려보니 그는 국제부와 회의를 하며 구체적인 페이지 디자인을 토론하고 있었다. 포토북 형식으로 가자는 최종 결론이 나온 후에야 그는 제이쿼리와 HTML 프로그래밍 책을 샀다. 독학의 시작이었다.


그래도 학창 시절 공부하던 가닥(?)이 있어서였을까. 경험이 있으니 습득은 쉬웠다. ‘생활코딩’ 사이트에서 무료 강좌를 수강하며 그는 바로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페이지 개발은 역시나 쉽지 않았다. 혼자 틀을 잡고 디자인을 하고 프로그램까지 만들어야 하는데 개념이 잘 잡히지 않았던 것이다. “사진과 글만 나오면 되겠지 하는 생각에 사진을 페이지 가득 채우고 위에 글을 쓰다가 안 예뻐서 뒤엎고, 그렇게 뒤엎은 게 꽤 많았어요. 그러다 미국 월간 ‘디 애틀랜틱’과 경제전문 인터넷매체 ‘쿼츠’의 페이지를 차용해 샘플을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아 그 방식으로 제작하기 시작했죠.”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물어볼 곳이 없다는 것이었다. 매일같이 구글에서 어떻게 하는지 방법을 묻고 구현하는 소스를 긁어와 변형하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각종 부품을 가져와 조립식으로 차곡차곡 페이지를 만드는 일. 하지만 하루 종일 안 풀릴 때면 프로그램을 돌리고, 또 돌릴 수밖에 없었다. 반응형 웹페이지라 PC 외에 태블릿, 모바일에 맞게 페이지를 재설정하는 것도 고역이었다. 끊임없이 나오는 오류를 수정하느라 그는 한 두 달이면 끝났을 작업을 세 달 넘게 해야 했다.


12월 중순, 드디어 그의 피와 땀이 들어간 ‘지구의 밥상’ 페이지가 완성됐다. 54개의 사진이 슬라이드처럼 넘어가며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게끔 구성돼 있고, 기획물에 소개된 11개 나라 중 먼저 보고 싶은 나라가 있으면 지도에서 선택해 볼 수 있는 디지털 페이지의 탄생이었다.


노력에 비해 큰 반응은 없었지만 보람은 컸다. 그는 한 번 만들어보니까 다른 것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미 다음 목표까지 정했다고 했다. “만약 다음 기회가 주어진다면 좀 더 체계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즘 데이터 저널리즘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런 기사들을 제대로 페이지에서 구현하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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