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시사보도 약화된 MBC 전철 밟나

고대영 사장 "편성규약 3월중 가시화"
경영진 개입 우려…'직종폐지'도 뇌관

고대영 KBS 사장이 경영진의 보도 프로그램 개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편성규약 개정의사를 재차 밝히면서 시사보도 부문이 약화된 MBC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고 사장은 지난 4일 신년사에서 “공영방송의 콘텐츠에는 사적의견, 사적 이해관계가 개입해서는 절대 안 된다”며 “새로 정비되는 편성규약은 제작의 권한과 책임사항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빠르면 3월 중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편성규약은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제작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 지난 2001년 방송법에 근거해 제정된 장치로, 고 사장은 사장선임 정국 당시부터 노조를 배제한 사측 주도의 개정을 시사해왔다.


문제는 이 같은 조치가 ‘국민의 방송’의 공정보도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KBS는 고 사장 취임 후인 지난해 12월 세월호 특조위 청문회 소식을 3일간 단 2건의 단신으로 처리해 언론시민단체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이와 관련 평기자 대표의 의견개진에 국·부장단이 집단성명을 내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청와대 낙점 의혹을 받아온 고 사장은 방송법에 따라 편성에 관여할 수 없는데도 “9시뉴스 큐시트를 매일 챙기겠다”고 공언해왔다.


MBC의 현재는 KBS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MBC는 지난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시사보도 부문에서 악화일로를 걸었다.


지난해 3월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프로그램 시청자 만족도 평가지수 조사결과’에서 MBC는 ‘공정성’과 ‘신뢰성’ 부문에서 지상파 방송사 중 꼴찌를 차지했다. 2014년도 문화방송 경영평가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9.3%로 지상파 중 2위를 차지했던 MBC 메인뉴스 시청률은 이후 한 차례도 꼴찌를 벗어나지 못했다. 시사프로그램 가운데 시청률 상위 20위 안에 든 프로그램은 단 1개뿐이었으며, ‘PD수첩’과 ‘시사매거진2580’은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반면 2013·2014년 MBC의 주시청시간대 오락프로그램 비율은 모두 65.5%를 기록해 방통위가 유도하는 60%미만 선을 지키지 못했다. 올해 MBC는 흑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일부 예능과 드라마의 선전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KBS 한 구성원은 “고 사장이 보도 부문은 꽉 틀어쥐고 통제하겠지만 자신이 잘 모르는 다른 분야는 풀어줄 것으로 본다. 맨파워가 출중한 KBS의 다른 분야는 그나마 살아날 거라는 일말의 기대는 갖고 있다”며 “하지만 그걸로 공영방송의 책무를 다했다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MBC가 노사 간 갈등을 겪고 있는 ‘직종폐지’ 역시 KBS구성원들에게 잠재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고 사장은 지난해 11월 취임사 등을 통해 “직종 중심으로 설계된 조직은 수명이 다한 지 오래다. 직무 중심, 고객 중심, 시장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MBC는 지난해 10월 PD, 기자, 아나운서 등 직종을 폐지했고, “경영진 입맛에 맞지 않는 직원들에 대한 ‘유배’인사에 직종구분이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의 노조와 현재 소송을 진행 중이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문제는 뉴스 시청률 하락보다 보도의 질 자체가 떨어질 거라는 사실이다. 뉴스의 질이 저하돼도 사장은 책임지지 않고 반대쪽(오락 프로그램)에서 메워나간다. 좋은 보도에 대한 기대수준은 점점 낮아지게 되는 수순”이라며 “기자 직종의 특수성과 고유성은 꼭 필요하다. 언론계 내부에서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움직임이 너무 저하됐다. 이를 적극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여러 언론인들이 함께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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