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향군인회 '돈 선거' 의혹 및 향군 비리 커넥션 추적

제302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1 / 시사저널 이승욱 기자

“앞으로 일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다 털어놓으니 후련하네요.”


제보자 정OO씨가 두 시간 동안 자기 고백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한 말이다. 그는 전임 재향군인회 회장 측과 수년간 관계를 맺어온 인물이다. 지난 7월 기자와 처음 만난 정씨는 좀체 입을 열지 않았다. 긴 설득 끝에 그는 드디어 입을 열 수 있었다. 향군 사업권을 미끼로 향군의 고위층과 향군의 이권을 바라는 업자들의 물고 물리는 비리 커넥션의 단면은 정씨의 말과 녹취록, 관련 자료 등을 통해 드러났다. 하지만 정씨가 독백 같이 내뱉은 “후련하다”는 말은 솔직히 기자가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지난 3년 간의 향군 취재 과정이 머리 속에서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향군이 기자의 눈길을 끈 것은 2012년의 일이었다. 당시 향군은 부동산 PF 사업 실패와 BW 횡령 사건 등으로 수천억 원 대의 빚을 지고 있었다. 설립 60년이나 되고 정부로부터 각종 이권을 받는 향군이 왜 부실화의 길을 걷는지 의아했다. 취재 과정에서 해답은 나왔다. “향군 돈은 눈먼 돈”, “향군 돈은 먼저 본 놈이 임자”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외부에서는 쉽게 확인되지 않는 비리 커넥션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후 3년 동안 향군 내외부 인사들과 꾸준히 접촉하며 향군 상층부의 동향을 관찰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이번 향군 비리 커넥션 추적 보도는 이러한 긴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향군 비리 커넥션 보도로 돈 선거와 매관매직 의혹 등을 사고 있는 현 회장은 사법처리 위기에 직면해 있고, 전 회장 역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춰서는 안된다. 근본적인 향군 개혁으로 이어져야 한다. 향군이 850만 제대군인을 위한 단체가 될 수 있도록 선거 제도 개선, 보훈처 등의 외부 감시 강화 등 제도 개혁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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