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는 인재(人災)였다. 기자생활을 하면 할수록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온 국민을 실업의 공포로 몰아넣고 수십 개의 대기업이 무너지고 가난한자와 부자간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계기가 됐던 IMF는 미리 막을 수도 있었겠다 싶었다. 역사의 가정은 무의미하지만 ‘IMF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하는 생각은 경제현장을 취재하는 기자생활을 하는 동안 뇌리를 떠나지 않을 것 같다.
‘기업발 경제위기’시리즈는 두 번 다시 IMF와 유사한 경제위기를 겪지 말자는 의지를 다지는 것부터 기획됐다. ‘가계부채보다 기업부채가 훨씬 더 심각하다’, ‘경제위기의 뇌관은 기업에서 터진다’는 IMF 교훈을 점검해보자는 것이 시작이었다.
취재 결과 갈수록 돈을 벌어 이자도 못 갚는 좀비기업이 늘어나는 현상이 확인됐다. 중국발 경제위기로 신음을 앓고 있는 기업들의 민낯이 드러났다. 앞으로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국제자금 이동이 본격화하면 우리 경제의 위기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보도를 전후해 언론이 경제위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보다 외환위기 때 제대로 된 경보를 미리 울리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더 컸다.
취재 결과 확인된 234개 좀비기업의 명단 공개를 놓고도 많은 토론이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취재 내용을 최대한 상세히 보도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기업발 경제위기 경로를 진단한다는 기획 의도는 많은 반향을 얻었다. 무엇보다 정부와 기업, 개인들이 기업부채의 심각성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됐다. 문제를 알았으면 다음은 해법이다. 현재의 위기 국면을 해결할 수 있는 해법도 가장 먼저 정확히 보도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