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폐된 심해 방류관 누수 그리고 부실 복마전

제302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 / 부산일보 김백상 기자

10년차 기자가 되었다. 슬슬 관성에 젖어 습관적으로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올해 초 지역 특산물인 낙동김의 출하량이 급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알고 보니 행정미숙이 주범이었다.
인근에 긴 하수처리장 방류관이 고장났는데, 당국은 통보도 없이 방류지점을 옮겼다. 하필 김양식장 근처였고, 방류수는 양식업을 망치고 있었다.


몇주 뒤 시의회 진상조사가 시작됐다. 문제제기부터 해결까지 깔끔하게 정리된 듯했다. 그러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뭐가 급해 당국은 허둥지둥 긴급보수에 들어갔을까?” 핵심을 놓친 기분이었다.


1~2년차 경찰기자처럼 나름 열심히 발품 팔며 취재했다. 알고 보니 그 관은 1천억원짜리 심해 40m를 통과하는 첨단공법 시설이었고, 그런 관이 바다 속에서 짓눌리고 찢겨 있었다.


속보가 쏟아졌다. 10년 전 처음부터 관이 부실하게 만들어졌고, 엉터리 누수 검사로 7년의 세월이 낭비됐고… 등등의 속보를 쓰면서, 오랜만에 수습기자 때의 흥분을 느꼈다.


기사의 배경이 되는 곳은 부산 강서구다. 도심에서 떨어진 농어촌 지역이다. 한적한 지역이다 보니 주로 1~2년차 기자들이 출입한다.


만일 내가 지금 1~2년차 기자였다면 이런 난맥상을 보도할 수 있었을까? 왠지 취재력이 부족했을 것 같다.
반대로 우연한 기회에 10년차 기자의 관성을 깨지 못했다면, 이 기사는 ‘낙동김 흉년’에서 끝났을 것이다.


좋은 기사는 열정과 취재력에서 나온다고 한다. 연차가 쌓이면 취재력은 늘겠지만, 열정은 식기 쉽다. 연차가 늘어도 수습 때의 초심을 기억하는 기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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