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최경환 부총리 채용청탁 의혹' 감사보고서 파고든 기자 노력 돋보여

제302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 기자상 심사위원회

부산일보 ‘은폐된 심해 방류관 누수…’ 출품작 중 최고 점수, 호평 이어져


제302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64편이 출품돼 7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단발성 속보에 그치지 않고 장기간 발로 뛰고 꼼꼼하게 추적해 기자정신이 돋보인 작품들이 많았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소감이다.


취재보도 부문에서 한겨레신문 ‘최경환 부총리 중소기업진흥공단 채용청탁 의혹’은 실세 중의 실세가 관련돼 중요한 이슈였고 파급력도 컸다는 평을 받았다. 국감장에서 먼저 거론됐지만 이 보도가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이슈가 되진 않았을 것이란 의견도 제시됐다. 감사보고서를 상세히 검증해 단발기사로 끝날 것을 집요하게 파고든 현장기자의 노력이 돋보였다는데 모두 공감했다.


시사저널 ‘재향군인회 돈 선거 의혹 및 향군 비리 커넥션 추적’은 세금을 엄청나게 쓰는 관변단체를 끈질기게 추적 보도해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점이 돋보였다. 회장 선거부정이 지난 7월 보도됐고 이달에 수사 착수보도 뒤 출품돼 엄밀히 따지면 이달의 기자상 후보로는 적합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일련의 기사에서 이달 보도가 클라이맥스는 아니어도 수사 착수로 이슈가 표면화 됐기에 그간 노력을 평가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경제보도 부문에는 모처럼 두 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한국경제신문 ‘롯데, 삼성 화학사업 3조원에 모두 인수’는 통상 삼성의 M&A가 비밀스럽게 움직이게 마련인데 발품을 팔고 꼼꼼히 추적한 점이 인정됐다. 외신에서도 관심을 모았고, 경제기사로는 깔끔한 특종이란 평을 받았다. 1년 전 ‘삼성-한화 빅딜’에 이은 2탄이어서 인정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매일경제신문 ‘기업발 경제위기 시리즈’는 외환위기의 원인이 됐던 기업 부채를 토대로 우리 경제 전반의 위기징후를 짚으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이자보상비율 등 데이터 분석을 잘했고 내용도 알차 임팩트가 있는 좋은 기획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IMF 위기 때 위기 경고에 소홀했던 아픈 경험을 반성하고, 기업 부실 진단을 통해 현재와 다가올 위기를 제대로 조명했다는 호평도 나왔다.


기획보도에선 세계일보 ‘정권의 편향…국정교과서 연속 검증’이 선정됐다. 과거 국정교과서에 초점을 맞춰, 정권의 입맛에 따라 바뀐 점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점이 주목을 끌었다. 많은 언론사들이 최근 교과서에 집중한 반면, 이 작품은 과거 학계논문을 뒤지고 현장 취재를 통해 나름의 분석틀을 갖춘 게 장점이란 평가다. 어젠다 세팅이 그리 성공적이진 못했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는 점에선 이견이 없었다.


지역취재보도의 부산일보 ‘은폐된 심해 방류관 누수, 그리고 부실 복마전’은 왜 이렇게 됐는지, 어떻게 가야할지까지 꼼꼼하게 잘 짚고 취재과정도 돋보이는 좋은 기획이란 평가와 더불어 출품작 가운데 가장 점수가 높았다. 심지어 공적설명서를 자사 사회부 기자들에게 좋은 취재 사례로서 읽히고 싶다는 심사위원도 있었다. 부산일보가 석 달 연속 수상작을 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역기획보도의 울산MBC ‘죽음의 분진…그 후 2년’은 2년 전 사건을 발로 뛰며 추적해 땀 냄새 나는 고발기사를 만들어낸 점이 돋보였다. 오염배출기준이 잘못됐음을 지적했는데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음을 밝히는 등 감시 고삐를 늦추지 않은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간발의 차로 수상작에 들지 못한 작품들이 많았다. 한겨레의 ‘지존파 납치 생존자의 증언’은 스토리텔링 기법을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중앙일보 ‘작은 외침 LOUD 기획시리즈’는 생활공간에서 바꿀 수 있는 작은 아이디어들이 돋보였다. 한겨레 ‘지뢰받이 이경옥’은 사진기자가 발굴한 모범 사례로 평가됐다. 지역보도에서 KBS창원 ‘1급 발암물질 비소오염 충격 실태’, KBS광주 ‘기증 사례비 35억원의 비밀’ 등도 수작으로 평가됐다. 모두 심사위원들 간에 격론이 벌어질 정도로 좋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아쉽게도 다수의 지지를 얻지 못해 수상에는 이르지 못했다. 기자들의 노고에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