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황방열의 한통속. 한반도 통일 이야기, 속 시원하게 풀어드립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국 왼편 구석에 위치한 팟캐스트 녹음실. 기자들이 직접 방음재를 붙이고 방음커튼을 달아 만든 녹음실에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월요일 오전마다 ‘정세현·황방열의 한통속’을 녹음하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황방열 오마이뉴스 기자의 목소리였다. 지난달 30일 기자가 녹음실을 찾았을 때 이들은 한통속 73·74회분을 녹음하고 있었다.
이들이 팟캐스트를 시작한 때는 지난 2월이었다. 통일국방팀장을 맡고 있는 황 기자가 통일부 출입 경험을 살려 남북관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팟캐스트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것이 계기였다. “분단 70주년의 의미도 살리고 싶었고, 수많은 팟캐스트 중에 남북관계를 제대로 다루는 방송이 없다는 것도 도전의식을 불태우게 했죠. 하지만 혼자보다는 같이 진행할 사람이 필요했어요.”(황방열 기자)
그가 적임자로 생각한 사람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었다. 그동안의 인연을 살려 30년 가까이 현장에서 일한 정 전 장관의 경험을 팟캐스트에 녹여내고 싶었다. 그는 지난해 9월 당시 원광대 총장에 재직 중이던 정 전 장관을 찾았다. 12월에 임기가 끝나면 함께 팟캐스트를 해보지 않겠느냐면서. 거절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정 전 장관은 흔쾌히 수락했다. “사실 고민은 많았죠. 70이 넘어가는 나이에 잘못하면 채신머리없는 일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다른 팟캐스트처럼 유쾌하게 진행할 자신도 없었고요.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이 통일문제나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말에 용기를 냈습니다. 내 경험을 바탕으로 현안에 대한 해석과 평가는 물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정세현 전 장관)
정 전 장관의 말처럼 ‘한통속’은 분석과 평가를 아울러 최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남북당국회담 실무접촉 전에도 대표의 급 문제에 신경을 곤두세우기보다 차관급도 괜찮다고 대안을 제시했고, 실제로 남측이 차관급을 제시하면서 큰 무리 없이 합의가 이뤄졌다. 정 전 장관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밖에서 아이디어 하나만 주더라도 바로 적용할 수 있을지 감이 온다. 때문에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궁리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진행자가 가장 어렵게 생각하는 것은 청취자들에게 재미를 주는 일이다. 주제 자체가 딱딱하다보니 쉽게 지루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통속’에는 청취자의 의견이 최대한 들어간다. 이날 녹음에서도 청취자들이 궁금해 하는 남북회담 과정을 상세히 풀어냈다. 회담은 어떻게 준비하는지, 회담 대표에게는 어느 정도 재량권이 주어지는지, 쉬는 시간에는 뭘 하는지 등 청취자의 질문을 중심으로 팟캐스트가 진행됐다. “북·중 접경지대를 연구한 청취자가 직접 게스트로 출연한 적도 있어요. 이외에도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군사나 경제 전문가 등을 모시고 팟캐스트를 진행합니다.”(황방열 기자)
‘한통속’은 현재 시즌 2를 진행 중이다. 시즌 1은 지난 7월에 끝났다. 매주 팟캐스트를 연재한다는 것이 쉽지 않아 한 번 방학을 가졌다고 했다. “언제까지 이어갈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한통속’을 통해 일종의 불편한 진실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주한미군은 왜 한국에 주둔하는지, 한국이 유일한 한반도의 합법정부인지 등 그동안 당연시해오고 있는 것들에 대해 꼭 그렇지 않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황방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