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여기서 사는 게 행복해?”
아내의 한마디가 기억 속에 잠자고 있던 ‘옛 꿈’을 끄집어냈다.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전셋값을 내며 아파트에서 사는 것보다 여유로운 전원주택 생활을 누리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경향신문 김정근 사진부 기자(부장)가 연재하고 있는 ‘전셋값 3억으로 내 집 마련 ‘6개월 작전’’시리즈는 이 한마디로 시작됐다.
그는 걸어서 15분이면 출퇴근이 가능한 편리함의 중독에서 벗어나 전원생활의 꿈을 좇기로 했다. “전원주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돈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인터넷도 살펴봤지만 생각보다 관련 정보도 적었습니다. 그래서 전원주택을 짓는 과정을 기사로 알려주면 저와 비슷한 꿈을 가진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연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회사 차원에서도 ‘디지털 퍼스트’를 독려하면서 다양한 콘텐츠 생산을 요구하고 있었기 때문에 김 기자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하지만 집짓기만큼 쉽지 않은 게 기사 쓰기였다. 무엇보다 본업인 사진기자 역할과 시리즈를 병행하다보니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 또 한 때 ‘악플’ 탓에 마음고생을 겪기도 했다.
그는 “기자생활 20년을 하면서 3억원밖에 없다는 게 한편으론 부끄러웠지만 출·퇴근이 다소 고단해도 전원생활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독자들에게 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부터 연재를 시작한 시리즈는 10편까지 나왔고 현재 집 내부 공사에 들어간 ‘마감재’편을 준비하고 있지만, 그는 지난 7월말부터 경기도 양평에서 전원생활을 시작했다.
“출·퇴근은 다소 불편하지만 전원생활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자연 풍광을 보면서 충분히 보상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원생활을 섣불리 결정하면 후회할 수도 있기 때문에 미리 경험해 보는 게 중요합니다. 저도 지난 5~7월 양평 팬션에서 살면서 미리 출퇴근을 경험해 봤습니다.”
그는 입지를 선택할 때 거리를 감안해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 전철 이용이 가능하되, 시간이 1시간 안팎으로 걸리고 환승 역시 최소화한다는 게 그가 세운 원칙이다.
“출·퇴근 시간에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일주일에 보통 책 1~2권씩 읽게 됩니다. 텃밭 가꾸기 등 할 일이 많아지다 보니 예전처럼 TV를 볼 시간이 전혀 없습니다.”
취재원 저녁자리나 부서 회식자리 역시 마인드가 바뀌다보니 불편할 게 없다고 김 기자는 설명했다. “예전엔 밤 10~11시 술을 마셨는데 지금은 집이 멀다보니 일찍 만나는 대신 술자리도 일찍 끝내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오히려 집에 가서 아내랑 무조건 술을 마시게 되는데 그게 단점이겠군요. 하하!”
김 기자는 “독자들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하고 싶어 쓴 것인데 온라인 팀에서도 반응이 좋다고 하니 보람을 느낀다”며 “다소 불편하고 힘든 것도 있지만 모든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이사를 잘 왔구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