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취임한 김창균 조선일보 신임 편집국장은 편집국의 새 ‘선장’으로서 종이신문 앞에 놓인 높은 파고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김 국장은 선택과 집중 등을 통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의 격랑을 헤쳐나간다는 구상이다.
김 국장은 지난 8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신문 시장 안에선 자신감을 가질 수도 있지만 미디어 시장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조선일보의 위치도 안심할 수 없다”며 “전체 미디어 시장 안에서 조선일보가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또 앞으로도 확고한 위치를 지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면서 지면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은 신문시장 안에선 그 위상이 아직 굳건하지만 신문시장에만 안주할 수 없고, 안주해서도 안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김 국장은 취임하면서 여러 기회를 통해 ‘선택과 집중’ 그리고 ‘부서 간 협업’을 입이 닳도록 강조하고 있다.
그는 “예전과 달리 하나도 빠짐없이 지면에 다 담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종이신문이 나오는 시점에서 독자한테 뉴스로서 가치가 없는 정보는 과감히 생략하거나 작게 쓰고, 우리가 남들보다 더 투자해 부가가치를 높인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국장은 지면의 차별화를 위해 무엇보다 부서 간 혹은 기자 간 ‘눈에 보이지 않은 장벽’을 허물고 협업 체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침 회의 때마다 부장들에게 우리의 상품으로 내밀 수 있는 아이템이 무엇이냐고 여러 차례 묻습니다. 경쟁 우위에 있기 위해선 차별화가 중요한데 그런 지면을 만들기 위해 무엇보다 협업체제가 중요합니다.”
지난 6일자 ‘110년 전 고종이 루스벨트 대통령 딸 일행에 선물한 초상 사진 발견’ 기사가 그가 강조한 부서 간 협업의 중요성이 잘 드러난 사례다.
대부분 신문들이 ‘한국인이 찍은 ‘가장 오래된’ 고종 사진’이 발견됐다는 점에 방점을 둔 반면 조선일보는 이 사진에 담긴 역사적 의미와 교훈을 되짚었다.
고종 황제는 미국이 대한제국을 도와줄 것으로 기대하며 방한한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의 딸 앨리스에게 자신과 황태자의 사진을 주는 등 극진히 대접했는데 앨리스 등 미 사절단은 방한 전 도쿄에서 일본의 한국 지배를 묵인하는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체결한 이후였다는 역사적 사실을 이 기사에서 보여줬다.
김 국장은 “협업 체제에서 부서 간 충돌도 있을 수 있겠지만, 국장을 비롯해 데스크들이 빠른 판단을 해 준다면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적은 인력으로도 효율적인 업무 처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택과 집중’을 위해 국장뿐 아니라 부장과 일선 기자들의 인식 전환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국장이 자잘한 것까지 간섭하다 보면 부장들이 ‘물 먹지(낙종)’ 않으려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모든 뉴스를 다 담겠다는 식으로 바뀝니다. “오늘의 승부수는 이거다”라고 내세울 수 있도록 부장들한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할 것입니다.”
그는 ‘조선일보의 편향성’에 대한 외부 지적에 대해 “다른 면으로 보면 조선일보의 정체성과 관련된 부분인데 정체성은 지켜 나가야 할 가치라고 생각한다”며 “다양한 신문이 있는 이유는 각각의 정체성을 보고 독자들에게 선택과 판단을 맡기는 것이다. 다만 정체성 때문에 팩트까지 왜곡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