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고 믿을 수 있는 CBS 정신 굳건…公義 앞에 타협 않겠다"

[기협 인터뷰] 취임 한달 맞은 한용길 CBS 사장

고령화 인력 인위적 강퇴 없어
인력이 재산…매년 신입 채용
전통적 뉴스 시대 저물고 있어
우수한 취재력 모바일에 집중


표준FM 60년 만에 변화 모색
국민 공감 콘텐츠로 대대적 개편
기독교 전문 음악방송 9월 개국
다큐멘터리 제작 등 영화사업도



한용길 CBS 사장은 6년 만에, 그것도 사장이 돼서 돌아왔다. 2009년 만 46세의 젊은 나이에 사장 선거에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시고 회사를 떠났던 그다. 6년간 문화콘텐츠 기업 (주)JOY커뮤니케이션을 창립해 CEO로 일하면서 CBS로 돌아오는 꿈을 꾸었다. 꿈만 꾼 것은 아닌 것 같았다. CBS의 현안을 고민하고, 길을 찾으려는 치열함이 에너지 넘치는 답변에서 읽혀졌다. 하지만 완전히 달라진 미디어환경은 커다란 장벽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인터뷰 내내 구성원과 소통을 강조했다. 그리고 대대적인 변화를 일으키겠다고 했다. 지난 1일 서울 목동 CBS 사옥 5층 접견실에서 한 사장을 만났다.

-6년 만에 회사에 돌아왔다. 분위기가 어떤가?
“놀라웠던 점은 미디어가 정말 많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자들이 전통적인 라디오방송과 노컷뉴스 외에도 스마트뉴스, 노컷V 등 굉장히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CBS 보도국이 변화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큰 것 같다. CBS의 빛나는 전통을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이끌어갈 수 있을지가 숙제다. 저도 지금 공부를 하고 있다.”


-젊은 나이에 사장직에 도전했던 이유가 있나?
“제가 2006년에 편성국장을 하면서 음악FM(93.9Mhz)의 매체 경쟁력이 급상승했다. 2%에 불과했던 청취율을 14%대로 끌어올렸다. 연간 1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공연기획센터의 전신인 공연기획단을 2003년에 창설하기도 했다. 반면 표준FM(98.1Mhz)은 성적이 저조했다. 선교, 보도, 교양 등 콘텐츠가 혼재돼 ‘색깔’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표준FM도 혁신을 하고 싶은데 편성국장으로서는 능력이 안 됐다. 표준FM은 보도국, 편성국, 광고국, 지역국 등이 합의를 이뤄야 한다. 편성국장의 힘으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결단을 했다. CBS는 사장 선거에 출마하려면 사표를 내야 한다. 다들 ‘실업자 되면 어떻게 하느냐’며 걱정했지만 CBS에 대한 열정이 컸다. 이후 2009년부터 6년 동안 콘텐츠 회사를 만들어 잘 꾸려왔다. 그러나 제 꿈은 CBS에 돌아오는 것이었다.”

-CBS는 선교매체로써 역할도 있지만 지금의 위상을 갖는 데는 시사·보도라는 언론의 역할이 가장 크지 않았나?
“그렇다. 80년대에는 많은 매체들이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CBS는 기본적으로 공의(公義) 앞에서 타협할 수 없는 기독교적 목마름이 있다. 1980년 군부의 언론통폐합 조치로 보도기능을 잃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민주화 시대를 거치며 CBS에서만 들을 수 있던 부분이 적어졌다. SNS 등 플랫폼도 다양해졌다. CBS는 항상 언론의 정도를 걸어가고 있고, 어떤 매체보다도 공정하고 믿을 수 있다는 정신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매체가 다양해진 환경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

-표준FM의 혁신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들었다.
“표준FM이 60년 만에 처음으로 개편을 한다. 가을이 목표다. 현재까지 표준FM은 일요일의 경우 하루 종일 선교를 편성한다. 이를 다 허물라고 했다. 온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구상하자고 숙제를 던졌다. 편성국과 보도국이 같이 고민하고 있다. 저도 개입하고 싶지만 사장이 개입한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 지켜보고 있다. ‘CBS 뉴스는 정부 관료들이 듣는다’며 자부심을 갖는다. 근데 일반 국민은 안 듣는다. 청취자와 괴리가 심하다는 뜻이다. 뉴스에서 팩트는 기본이다. 하지만 팩트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팩트의 이면을 해석하고 팩트에 담긴 스토리를 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뉴스쇼’의 경우도 청취율이 높았는데 이후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했다. 투자가 필요했다. 이번에는 정말 혁신하자고 했다. ‘뉴스쇼’가 코멘트를 하면 한국사회가 시끄러워질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기자, PD 다 투입할 것이다. 음악FM은 수도권과 부산에만 나오는 것 아닌가. 큰 형(표준FM)이 잘해줘야 한다.”

-CBS의 가장 큰 현안인 ‘고령화 문제’는 어떻게 풀어갈 생각인가?
“선배들의 ‘경륜’과 후배들의 ‘패기’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고령화된 인력들에 대한 인위적 강퇴를 원치 않는다. 일부에서는 고참기자 한 사람의 급여로 신입기자 세 명을 뽑을 수 있다는 얘기를 한다. 그러나 이는 너무 산술적인 얘기다. 다운사이징 임금피크제 등 고참기자들이 양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본다. 명예퇴직도 시행하겠지만 쫓아내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 회사가 어렵더라도 납득할만한 수준에서 배려할 것이다. 이번 제도개선(CBS는 지난해 외부 컨설팅 업체에 의뢰해 인사·임금 제도 개선안을 마련했으며 이를 토대로 노사 협상 중이다)을 통해 해결될 것이라 믿는다. 앞으로 신입사원을 뽑으면 인력구조의 모순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불황이지만 신입사원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겠다. 방송국의 재산은 인력 아닌가. 올해 10월에 공채 계획이 있고, 앞으로도 매년 뽑을 것이다.”

-취임 후 첫 임원 인사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퇴직 6개월을 앞둔 인물을 부사장에 중용하는 등 일부 인사를 둘러싸고 노조가 반발하기도 했다.
“부사장 제도는 제가 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모든 직원들이 본부장직 이후에 퇴직하는 것을 최선이라고 생각하는데, 나이가 들어도 CBS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은 부사장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의미다. CBS는 전국에 13개 지역본부가 있다. 지역마다 사정이 천차만별인데, 사장이 일일이 챙기지를 못한다. 그래서 저는 부사장이 13개 본부를 매주 돌아다니면서 본부장도 만나고, 기자와 PD도 만나고, 노조 관계자도 만나서 그들의 요구사항을 정확하게 보고하고 개선책을 만들도록 했다. 그러려면 시니어가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4개 지역본부장을 맡았던 사람을 택했다. 노조 입장에서는 충분히 당혹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혹들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했다. 저는 6년 만에 돌아왔기 때문에 소위 ‘캠프’가 없다. 혼자 생각하고 객관적으로 하다 보니 정서에 민감하지 못했다. CBS에서 앞으로 ‘보은인사’ ‘코드인사’라는 말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하겠다. 능력과 실적, 전문성을 최우선하는 인사 관행을 만들겠다. 이를 위해 새롭게 인사팀도 발족했다.”

-지역본부도 본사만큼 그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데 일부 지역본부는 막내가 15~16년차인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역본부가 독립채산제는 아니지만 본부장이 경영책임을 진다. 가능한 인건비를 줄이고 싶어 한다. 경영논리로 보면 좋지만, 방송논리나 근로자 입장에서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저는 지역 순환근무를 제도화 하자고 했다. 지역을 이해하지 못하면 방송을 할 수가 없다. 노조와 (순환근무에 대해) 긍정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이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숙소 마련 등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부담’이 아니라 ‘투자’라고 생각하라고 했다. 지역본부마다 편차가 심해서 사정에 맞게 대응하려고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이 젊은 인력의 부족, 지나치게 복잡한 고용체계 등이다. ‘경영’과 ‘가치’의 균형을 맞추려고 한다.”


-CBS 경영 개선을 위한 복안이 있나?
“교육, 음악, 영화 등 문화콘텐츠 사업을 할 것이다. 오는 9월 개국 목표로 ‘24시간 기독교 전문 음악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크리스천들이 다양한 기독교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미디어를 창출하는 것이다. 또한 영화 사업을 하려고 한다. 수입도 하고 제작도 한다. 한 가지는 성서적인 영화, 또 하나는 기독교적 가치를 담고 있는 패밀리 무비다. ‘워낭소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등 다큐멘터리 영화에도 관심이 있다. CBS PD들의 역량이 매우 뛰어나다. 구수환 KBS PD가 ‘울지마 톤즈’를 만든 것처럼 CBS가 한국 사회에 귀감이 될 만한 인물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겠다.”

-유통은 어떻게 할 계획인가?
“직접 하려고 한다. 구민회관이나 시민회관, 교회, CBS 13개 지역본부 네트워크까지 활용할 것이다. 대기업에서는 소위 ‘돈 되는’ 영화만 하지 않나. ‘좋은 영화’를 보급하며 수익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 저의 가장 큰 구상 중 하나다.”

-전망은 긍정적인가?
“2009년에 회사를 나간 뒤 만든 기획사 JOY커뮤니케이션에서 ‘파주 포크 페스티벌’을 제작했다.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 약 2만석이 마련돼 있는데 어린 아이부터 70대 할아버지까지 온 가족이 모였다. 소위 ‘대박’이 났다. CBS 음악FM이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도 가족들이 다 함께 들을 수 있는, 국민 정서에 도움이 되는 음악을 들려줬기 때문이다. 선교 매체는 성경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말해야 한다. 잘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 사업이 가장 CBS적이다.”

-이를 통해 수익이 올라가면 직원들 복지, 임금 인상, 제작비 개선 등에도 힘쓸 생각인가?
“당연하다. 직원들에게 최고의 처우를 해주고 싶다. 현재 직원복지에 어려움이 많다. 그래도 투자를 하려고 한다. 샤워실, 구내식당 등 건의사항들이 있어 검토해보고 시행하려 한다. 표준FM에 대한 대폭적인 제작비 지원도 약속해 놓았고, 해당 부서에서 방안을 마련 중이다. 또한 사업의 타당성과 우선순위를 따져서 직원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려 한다. 내년이 분수령이 되지 않을까 싶다. 콘텐츠 사업으로 얼마나 이익을 낼지 모르겠지만 사회적으로 좋은 파장을 일으킴과 동시에 수익도 날 것으로 기대한다.”

-CBS의 뉴미디어 대응 전략, 콘텐츠 개선 방안이 궁금하다.
“전통적 뉴스의 시대는 갔다. CBS의 우수한 취재력과 비평 능력을 모바일 등 새로운 미디어에 집중해야 한다. 심층보도와 논평에 집중하게 되지 않을까. 9월까지는 회사 내 뉴미디어 조직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CBS는 2000년대 초 ‘노컷뉴스’를 발족해 누구보다 먼저 디지털 혁신을 주도했다. 이후 좀 더 발전시키는 데는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 ‘노컷뉴스 3.0’을 준비한다는 자세로 새로운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라디오의 영향력이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그래서 혁신적 변화를 추구하자는 게 제가 던진 화두다.”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져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구성원과 어떻게 소통해나갈 것인가?
“어떻게 하면 조직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임금과 제도개선을 통해서 이뤄낼 수 있는 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직원들의 사기를 독려하고, 소통하고, 이해를 구하겠다. 1년에 한 번씩 전 직원이 수련회도 가고, 파주 포크 페스티벌에도 모두 초대할 생각이다. CBS를 대표하는 조직문화는 ‘사랑’이다. 청취자에 대한 사랑, 구성원들간의 사랑이 넘쳐나는 조직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김성후 기자 kshoo@journalist.or.kr

김희영 기자 hyki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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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들과 3시간 대화…커뮤니케이션 보폭 확대


“기자들을 외부에서 바라보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어요. 기자로서 20여년을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앞으로 사장으로서 어떻게 보도국을 지원할 수 있을지 구상하기 위해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인터뷰 전날인 지난달 30일 저녁, 한용길 사장은 CBS 선임기자 17명과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선임기자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이었다. 세 시간 가량 진행된 대화에서 한 사장은 고참기자 활용 문제, 직원 복지, 고령화된 인력 구조 등에 대해 선임기자들과 의견을 나눴다. 


CBS 한 선임기자는 “사장의 의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을 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은 좋게 평가한다”며 “선임기자의 역할, 전문 분야를 살릴 수 있는 방법 등을 얘기했다. 사장이 ‘이렇게 하겠다’고 제시한 것은 없었고, 선임기자들의 의견을 많이 듣더라”고 전했다.


한 사장은 “출입처도 중요하지만 출입처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자의 전문성이라는 데 공감했다”며 선임기자 제도를 개선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날 모임에 함께 했던 김준옥 콘텐츠본부장 겸 보도국장도 “사규나 직제에 의한 선임기자는 무의미하다 인식하고 있다”며 “이들의 전문성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 젊은 기자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서로 나누고 공감했다. 선임기자 제도의 틀을 손질해보자는 이야기까지 나눴다”고 말했다. 선임기자에 대한 ‘예우’를 고민하던 시기에서 벗어나 이제는 선임기자 스스로 ‘현장’에 나가려는 분위기로 변화했다는 것이 내부의 전언이다. 


각 언론사마다 역피라미드형 인력 구조가 고민인 상황에서 CBS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CBS는 3~5년 이내에 55세 이상의 구성원이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사장은 “선임기자를 가장 먼저 만난 이유는 고령화 문제 때문이기도 하다”면서 “그러나 저는 ‘고령화된 기자’라고 하지 말고 ‘베테랑 기자’라고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도 제게 PD 일을 하라고 맡기면 제일 잘할 자신이 있다. 다만 직제상 사장이기 때문에 관리자 역할을 하는 것일뿐”이라며 “베테랑 기자들은 가장 숙련된 사람들이다. 이들이 자기 역할을 충분히 잘 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차피 추후 6~7년이면 고참 인력들은 대부분 퇴직을 맞는다”면서 “인위적 강퇴는 원치 않는다. 매출 증대와 신입사원 채용으로 풀고 싶다”고도 했다.

김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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