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밀약설을 추적하다

제296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방송 / KBS 이재석 기자

한·일 국교 정상화를 앞둔 1965년 1월, 한국과 일본 정부가 독도를 둘러싸고 은밀한 합의를 했다는 게 이른바 ‘독도밀약’이다. ‘밀약’이라는 명명이 과연 온당한 것인가는 좀 생각해 볼 여지가 있지만 어찌됐건 그것이 말 그대로 몰래 맺은 약속이라면, 더군다나 한·일 두 나라 정부가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다면, 그 반박 근거를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독도 밀약설이 내용의 중대성에 비해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바로 이런 상황에 기인한다. 당사자들의 증언만 있었을 뿐 일종의 ‘야사’ 또는 ‘설’로만 취급돼 온 것이다.


취재진의 ‘추적’은 어떤 특정인의 흔적을 찾는 일에서부터 시작됐다. 일본 외무성에 오랫동안 근무했던 한 사무관이 남긴 방대한 기록에 접근했고, 거기에 독도밀약의 실체를 사실상 입증해 주는 중요 문서가 담겨 있다는 걸 처음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그동안 독도 밀약설 가운데 잘못 알려진 부분을 교정할 수 있었고, 밀약의 내용이 담긴 공문서의 행방까지도 특정할 수 있었다는 점이 또 다른 수확이었다. 


50년 전 일이다 보니 당사자들은 이제 모두 고인이 되었다. 유일하게 남아 있는 직·간접적 관여자는 김종필 전 총리뿐이다. 하지만 이 노회한 정객이 최근 전하고 있는 회고는 별다른 기대를 갖지 못하게 한다. ‘방송쟁이’가 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이번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사료를 영상으로 옮기는 작업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다시 한 번 절감했다. 다른 기회를 통해 방송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루하루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사에 집중하느라 상대적으로 기자들의 관심을 덜 받는 역사 분야에서 잘했든 못했든 어찌됐건 무언가를 생산했다는 점을 격려하고자 심사위원들이 상을 주신 것이라 생각한다.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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