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선 KTX 차체 파손 '구멍난 안전'

제296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 / 광주일보 백희준 기자

‘청테이프 KTX’ 사고 발생 즉시에는 사안의 심각성을 가늠할 수 없었다. 열차가 출발한 지 16분만에 정차를 한 뒤 최고 시속 300㎞를 내는 열차는 제 속도를 내지 못했다. 운행 지연에 대한 안내 방송은 수차례 이어졌지만 제 속도를 회복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으로는 충분치 못했다.


종착역에 도달하기 바로 전 “테이프를 붙이는 조치를 취했다”는 승무원의 말을 들었을 때 비로소 긴장감이 돌았다. 열차에서 내려 파손된 부분을 확인해 보니 8조원의 예산을 들였다는 호남선 KTX 차체에는 청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이를 포착한 사진과 함께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자 인터넷에서는 “KTX에는 청테이프를 붙이고 달리니 비행기에는 딱풀도 바를 기세”라며 조롱 섞인 반응이 잇따랐다. 400여 명이 탄 열차에 대한 안전 조치가 고작 청테이프 땜질이었다는 사실에 우리나라 ‘안전 불감증’을 또 한번 확인하게 됐다.


호남선 KTX는 기간산업일 뿐 아니라 호남지역 경제에 중대한 축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에 대한 지역민의 기대 또한 크다. KTX는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앞으로도 철도 안전 관리의 허점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겠다.


까마득한 선배가 “그 보도는 네가 ‘올챙이’라서 가능했을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그 말에 공감한다. 이번 수상을 통해 ‘초심’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했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는 게 기자의 필수 덕목이라고 들어왔다. 수습 기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뒤의 수상이라 부담이 크다. 타성에 젖지 않고 사건의 원인과 내막을 파헤치라는 응원과 채찍으로 이번 수상을 받아들이겠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