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 기자로 배치된 지 1년8개월 중 1년 동안 세월호 이슈를 취재했다. 참사 발생 후 희생자 수가 늘어날 때마다 임시분향소 안에 차곡차곡 채워지던 영정사진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희생자 부모들이 아이들의 영정을 부여잡고 오열하던 소리가 여전히 귀에 들린다. 안주현, 오영석, 유예은…. 이젠 아이들 이름과 얼굴을 외울 정도다.
사고가 대형 참사로 이어진 데에는 분명 언론의 잘못이 있었다. ‘언론이 세월호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해야 할까’를 고민하던 중 유족 산하 단체인 ‘기억저장소’가 희생자들의 방과 생전 기록을 수집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안산과 서울을 오가며 유족과 기억저장소, 참여 사진가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이 기록을 온라인에 실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사진부와 그래픽, 개발팀 선배들과 힘을 합쳐 온라인에 가장 최적화된 디지털 스토리텔링 기사를 만들고자 했다. 희생자들에 대한 짧은 메모 형태의 기록을 받아 읽기 쉬운 문장으로 다듬었고, 희생 학생들의 방 사진을 들여다보며 특성을 파악했다. 숫자로만 접했던 수백 명 희생자들이 한 명의 ‘사람’으로, 살아 숨 쉬는 인간으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304명의 빈 방이 생겼고, 304개의 꿈이 사라졌다”는 전시회 설명글은 그냥 해본 말이 아니라 참혹한 사실이다.
그래서 상을 받고도 마음이 편치 못하다. 참사 초기, 진도체육관에서 만난 한 아버지는 내게 “제 딸 찾으면 인터뷰할게요”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아직도 그 딸은 돌아오지 못했다. 실종자 허다윤 양의 아버지를 언젠가 인터뷰하는 날이 올까. 기자로서 부끄러운 고백일 수 있지만, 유족들을 취재하면서 가끔 생각했다. 이 사람들을 취재원으로 만나지 않았더라면, 세월호 참사가 아예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정말 좋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