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간 취재원 설득 결실, 이념 떠나 북한 실상 그대로"

'인도에 등장한 김정은…' 펴낸 YTN 김승재 기자

북한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이 2007년 10월 인도에 등장했다면 믿겠는가. 김승재 YTN 기자는 그동안 확인된 것이라곤 10대 시절 스위스 유학이 전부였던 김정은의 해외 행적에 한 줄을 더 추가했다. 당시 김정은을 만난 인사를 장기간 취재하고 사실 관계를 거듭 확인하며 얻은 결과였다. 그는 이 결과물을 최근 ‘인도에 등장한 김정은, 그 후의 북한 풍경’이란 책을 통해 서술했다. 책에는 인도에 등장한 24세 청년 김정은의 민낯이 그대로 녹아 있다.


통일부를 출입한 적도, 북한을 근거리에서 취재한 적도 없는 그가 북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10년 베이징 특파원이 되면서부터다. 그가 베이징에 도착한 직후 천안함 침몰 사건이 터지고 연평도 포격 도발이 일어났다. 특파원으로 있던 3년 두 달 간 김정일의 4차례 방중과 사망, 뒤이은 김정은의 등극,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제3차 핵실험 등이 발생했다. ‘북한의 창’이라고 불리는 중국에서 특파원의 포커스는 자연스레 북한에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특파원 시절 북한 사람들을 자주 만났다. 한국 사람을 통해 북한 사람을 소개받고, 그 만남이 계기가 되어 더 많은 북한 사람들과 접촉했다. 그중에는 북한 고위층도 있었다. 그들에게 고급 정보를 들으며 그렇게 그는 취재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북·중 접경지역을 다니며 잠입취재를 했고 중국 공안 당국에 억류된 적도 수차례였다. 특파원 생활이 끝날 무렵 그가 보도했던 북한 관련 뉴스는 400여건에 이르렀다. 주위에서는 ‘당신의 경험은 정말 소중한 데이터다. 단발성으로 끝내지 말고 기록으로 남기라’는 주문이 자주 들려왔다. 


2013년 귀국한 이후, 특파원 생활 겪은 경험과 정보를 책으로 내기 위해 지인들의 조언을 듣는 와중에 그는 한 기자의 청탁으로 주간지와 월간지에 1년여 간 기고를 하게 됐다. 자연스레 중국 내 취재원들과 꾸준히 연락을 할 수밖에 없었고 덕분에 싱싱한 북한 소식들이 계속 들어왔다. 


그 와중에 취재원 X를 만났다. ‘소주 한 잔’ 하자는 그의 말에 가볍게 X를 만난 김 기자는 이내 그에게 보물이 숨겨져 있는 것을 알게 됐다. 2007년 10월, 인도에서 X가 김정은을 만난 것이다.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X를 김 기자는 8개월 동안 설득했고, 이내 X는 마음을 먹었다. 그 다음부터 김 기자는 철저한 검증에 들어갔다. 의심하고, 다시 물어보고 몇 개월간 사실관계를 치열하게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X가 김정은과 찍은 사진을 들고 성형외과 전문의를 찾아가 얼굴이 일치한다는 확인을 받고 나서야 그는 확신했다.


그의 사실관계 확인 절차는 집요하고도 끈질기다. 아니면 말고 식의 북한 보도, 미확인 북한 정보들이 끊임없이 쏟아지는 요즘 같은 시대에 신뢰도 있는 북한 정보를 찾아내고,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서다. 북한 뉴스의 특성상 이념의 도구가 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도 기울였다. 북한을 감싸거나 공격하지 않고 냉정하게 실체를 보려 노력했다. 


“일방적으로 북한을 헐뜯거나 뜬소문을 사실처럼 보도하면 안 됩니다. 기자는 의도적으로 퍼뜨린 소문인지, 신뢰도 있는 정보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죠. 그런데 현재 북한 관련 뉴스는 상당 부분 허황되고 말이 안 되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언론 보도도 바뀌어야 하지만 사람들도 이념의 안경을 벗고 있는 그대로 북한을 바라봐야 해요. 북한을 이념의 잣대로 보면 아무것도 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좌나 우로 해석하지 않고 북한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사실을 치열하게 검증하는 제 역할이 더 빛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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