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저널리스트 정년 없어"

'달러의 역설' 펴낸 정필모 KBS 보도위원

15년 가까이 모은 자료 수치 하나하나 정밀분석


“언론은 단편적인 얘기만 합니다. 그리스의 위기를 과잉 복지로 해석하면서 유로존이라는 통화동맹의 근본적인 결함은 얘기하지 않죠. 독자들이 세계경제의 흐름을 정확히 이해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습니다.”


정필모 KBS 보도위원은 세계경제의 불안과 위기가 왜 반복되고 있는지, 그 주기가 왜 잦아지는지에 대한 원인을 최근 집필한 저서 ‘달러의 역설’을 통해 파헤쳤다. 기원전 5세기경부터 최근의 이슈까지 경제 역사를 통해 세계경제의 본질적 위기를 분석한 그는 보다 근본적인 측면에서 해법을 모색하고 미래를 전망한다. 


대학생 시절부터 국제경제에 관심을 가졌던 그는 1987년 KBS에 입사한 이후에도 경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자료를 수집했다. 특히 인터넷이 보급된 이후, 메일로 온 보도자료나 연구소 자료들을 꼼꼼하게 모았다. 자료들이 올 때마다 색인화해 파일로 저장했는데, 그 기간이 자그마치 15년 가까이 됐다. 국제금융 질서와 시스템 등 관련 자료가 1000개 이상이 됐을 때, 그는 본격적으로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9월 중순경부터 집필을 시작한 그는 거의 4개월간 작업에 몰두했다. 주말을 꼼짝도 하지 않고 책을 썼다. 한 번 시작하면 전력투구하는 그의 성격 탓이었다. 설 연휴 때도 교정 작업을 하느라 쉬지도 못했다. 그래서 작업이 끝난 이후에는 한 달 간 몸살감기로 앓아누워야 했다. 


가장 힘든 것은 업데이트된 수치들을 꼼꼼하게 챙기는 일이었다. 경제를 얘기하려면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자료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그는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나 IMF(국제통화기금) 홈페이지에서 자료를 내려 받고 직접 엑셀로 그래프를 그렸다. 적지 않은 나이에 그 모든 일을 해내니 출판사에서도 원고를 받고 놀라워할 정도였다. 그러나 가장 신경 쓴 부분은 그의 생각을 일관되게 끌고 나가는 일이었다. “글을 쓸 때 가능하면 남의 책에서 영감을 받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참고 서적이 100권 이상이 됐지만 전체 텍스트를 읽지는 않았죠. 가능하면 내 얘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독자적인 생각을 일관되게 풀어내고 싶었어요.”


그의 생각은 기자 생활 내내 경제 현장을 뛰며 갈고 닦은 경험에서 우러나왔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모두 겪은 그는 이론적인 자료와 경험이 결합돼 일반 학자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저널리스트의 시각은 학자들과 다릅니다. 숲이라는 큰 틀을 보면서 날카롭게 현상을 분석해낼 수 있죠.”


그는 그 날카로움을 벼리기 위해 기자가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깊이 보려면 전문성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직장은 정년이 있지만 전문적 저널리스트로서의 직업은 정년이 없습니다. 자기만의 전문성이 있으면 퇴직하고 나서도 글을 쓰고 강연도 하면서 직업적 성취감을 계속 느낄 수 있죠. 그래서 후배 기자들이 하나의 목표를 갖고 전문성을 쌓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어떤 지식이든 잘못 쓰이면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회사와 사회, 국가, 나아가 인류에 해악을 끼칠 수 있어요. 바른 생각을 갖고 저널리스트로서의 직업윤리를 견지했으면 합니다. 직업윤리가 결여된 전문성은 단순한 기술자에 불과하니까요.”


그는 앞으로 3년 정도 남은 기자 생활을 정리하면서 더 많은 책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는 나이도 들고 내 전문적인 지식을 대중들에게 쉽게 전달해줄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이미 다음 책과 관련된 자료도 다 정리를 했습니다.” 직장인이 아닌 저널리스트로서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그인 만큼, 후속작에도 그의 치열함이 묻어나올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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