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계점 되면 끓어넘칠 것…낙관도 비관도 안 해"

김환균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김환균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이 2일 공식 취임했다. 올해 나이 55세. 민주화 열기로 뜨겁던 1987년 MBC에 입사해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천황의 나라 일본’, ‘PD수첩’ 등을 기획·제작하며 PD로서 뚜렷한 족적을 남겨온 그가 ‘말년’에 받아든 보직은 1만2000여 언론노동자를 대표하는 이름이다. 반백이 넘은 나이에 언론노조 위원장직을 제안 받고 “내가 놀 물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그는 이내 ‘역사의 번호표’를 받아들였다. “나이 들어서 프로그램을 하며 정년을 맞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에게 여전히 다른 쓰임새가 있었나 싶어 고맙기도 했다.”


취임을 앞둔 지난 주말, 그는 팽목항을 찾았다. 흐린 하늘이 가끔씩 뿌려대는 빗방울 속에서 방파제에 매단 노란 리본이 파들파들 떨리는 모습을 보며 가슴 먹먹함을 견딜 수 없었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었던 곳.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취임 전에 와보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론노조가 뭘 해야 하는지 분명해졌다. 스스로 침묵했건 침묵하도록 강요당했건 언론이 침묵하면 참사가 일어난다. 80년 5월이 그랬고 2014년 4월이 그랬다.”


김 위원장은 “80년 5월의 언론 상황보다 지금이 훨씬 안 좋다”고 말했다. “그때의 언론이 침묵을 했다면 2014년의 언론은 일부러 외면하고 권력과 야합하고 공모했다. 만약 이런 야합과 공모가 계속되면 더 끔찍한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언론이 장악될수록 민주주의는 위태로워진다. 그래서 언론을 제대로 돌려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짓수는 많아 보인다. 해직자 복직, 부당징계 언론인 원상회복 등. 하나하나만 생각해도 엄청난 문제고 과연 할 수 있을까 생각도 든다. 해법은 하나, 언론을 제대로 되돌리는 것이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느냐. 우리나라 공영방송이 언론 상황을 이렇게까지 만드는 데 굉장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공영방송의 문제, 집약하면 공영방송사 사장을 어떻게 뽑을 거냐 하는 문제가 해결되면 다른 문제들은 쉽게 풀릴 수 있다.”


그래서 언론노조 8대 집행부는 올해 예정된 KBS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 구성과 KBS 사장 선임 과정에 투쟁의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거기서 어떻게든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 우리나라 언론 상황이 이 상태로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지적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임계점에 이르면 끓어 넘치게 돼 있다. 그런 점에서 낙관하기는 어렵지만 비관할 필요도 없다.”


언론인의 헌법이라 할 수 있는 ‘언론장전’ 제정도 그의 공약 중 하나다. 김 위원장은 “2015년 지금 대한민국의 언론은 어떠해야 되는가에 대해 광범위한 토론을 거쳐서 바람직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라며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이 만장일치로 합의할 수 있는 언론의 모습을 담아내 그것을 언론의 교과서로 삼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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