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투영된 기자, 한번쯤은 곱씹어봐야죠"

'언론의 재발견' 출간한 KBS 김석 기자
언론인 모습 담은 영화 63편
사회가 언론 보는 시각 담겨

‘우리 시대 대중적인 매체로 자리 잡은 영화 속 언론과 언론인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져 왔을까?’ 김석 KBS 기자는 이 고민을 최근 책을 통해 풀어냈다. 영화평론가나 언론학자가 아닌 현장을 뛴 현직 기자의 시선에서다. “2004년 7월부터 2006년 말까지 2년 반 가량 ‘미디어포커스’를 제작하며 매체 비평을 접하게 됐어요. 개인적으로 영화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씨줄과 날줄을 엮는다는 느낌으로 언론을 다룬 영화를 칼럼으로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그는 2006년 11월부터 1년여 동안 매체 비평 전문지에 50여 편의 칼럼을 연재했다. 이후 5년 가까이 이 칼럼을 책으로 묶어야겠다는 막연한 구상만 하다 모 그룹의 언론인 저술 지원 대상에 선정되며 집필 계획을 구체화했다. 막상 원고를 쓰려니 칼럼 형식의 기존 글은 명확한 한계가 있었다. 김 기자는 아예 처음부터 원고를 다시 썼다. 새로운 영화를 찾아 목록 작업을 다시 해 63편을 최종 확정하고, 자료조사도 다시 꼼꼼히 했다. 


특히 자료조사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DVD로 안 구해지는 영화들은 중고 비디오 가게를 뒤지며 찾아다녔고 인용할 대목과 시사적으로 연결되는 부분들을 찾기 위해 관련 서적들도 탐독했다. 인터넷 서핑 또한 치밀하게 했다. 그렇게 쌓아놓은 자료들을 벼리고 벼리면서 정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다지 많지 않은 분량이건만 한 편을 쓰는데 열흘씩 걸렸다. “이 분야에서는 아마추어인 제가 책을 쓴다는 게 얼마나 쉽지 않았겠어요. 논지나 근거가 빈약한 글이 써질 때면 당장 폐품감이라는 생각으로 더욱 치열하게 고민했습니다. 새로운 시각을 찾아내려고요. 지금 쓰라고 하면 다시는 못 쓸 것 같아요.”


그러나 이 작업을 하며 그는 많은 점을 배웠다. 교훈도 있었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도 많았다. “영화는 시대정신의 반영입니다. 그런데 언론을 호의적으로 다룬 우리나라 영화는 거의 없더라고요. 제 책에서도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 ‘모비딕’ 두 편 정도나 언론인다운 언론인을 그리고 있죠. 대부분의 영화는 덩치 큰 권력에 기생하거나 출세 지향적인 언론과 언론인을 그리며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언론을 보는 시각인 거죠. 가장 불신을 받는 집단 중의 하나가 언론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그는 책을 보는 언론학도나 현직 기자들이 책이 갖고 있는 문제의식에 동참하고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언론인으로서 자신의 길을 반추해보고 느슨해진 것은 아닌지 생각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는 것이다. “‘굿나잇 앤 굿럭’에서는 당시 미국 사회를 휩쓸고 있던 매카시즘에 맞서는 진짜 언론인이 나옵니다. 회사의 명운을 걸고 진실을 향해 몸을 던지고 싸우죠. 당시의 상황은 반세기 전 흑백영화임에도 지금의 현실과 하나도 다르지 않습니다. 기자 생활을 하다 보면 위기 상황이 많이 있죠. 흔들림 없는 용기와 언론인의 사명을 제대로 실천하려는 지사적 언론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들에서 우리가 중요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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