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멋 알리는 시 쓰고파"

시인 등단한 울산신문 김진영 편집국장

겨울은 언제나 혹독했다. 매번 겨울을 기다려 왔지만 겨울은 그리도 옆을 내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겨울은 포근하게 찾아왔다. 최근 ‘겨울, 반구대암각화’ 등 3편의 시로 한국문학예술 겨울호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며 시인에 등단한 김진영 울산신문 편집국장. 그는 “부끄럽지만 용기 내어 세상에 분신들을 내어 놓았다”고 했다.


‘첫 눈이 내린 새벽, 반구대암각화 초입에 한 사내가 동사했다…(중략)사내의 겨울은 혹독했다. 반쯤 수면위로 드러난 반구대암각화 초입에 스스로 집을 지은 사내는 가을 내내 웅크린 채 그린 귀신고래 한 마리를 걸개로 걸고 바위 표면 고래와 마주했다….’


울산에 있는 국보 반구대암각화를 소재로 쓴 ‘겨울, 반구대암각화’는 침수로 훼손되고 있는 암각화의 보존 문제를 한 사내의 시위와 죽음 등의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냈다. 김 국장은 “보존이라는 깃발 아래 본질이 아닌 지자체와 정부, 문화재청 등의 이해관계에 의해 기형적으로 변한 점을 비판적 시각에서 접근했다”고 말했다. 텐트 농성을 하는 사내의 얼굴을 카메라가 무차별적으로 탁본하고, 시민의 용기가 국민들의 관심과 공분을 불러왔다는 보도에 “사실일까” 의문을 던지는 대목은 오늘날 언론 현실을 말한다.


국문학도인 그는 오래전부터 시, 소설을 즐겨 써왔다. 하지만 대학 이후 기자의 길에 들어서며 30년 가까이 형용사와 수사를 배척하며 살아왔다. 비록 시와 한걸음 떨어져있었지만 가슴 한편에는 시가 머물러 있었다. “스스로 시와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짧은 문장 하나, 메모지 어느 구석이든 미완의 시들이 늘 구겨져 있었죠. 표출하지 못했지만 늘 시를 지켜왔죠.”


기사와 시의 세계가 온전히 다르지만도 않다. 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압축적으로 전한다는 점이다. “문학은 시대를 반영하죠. 시는 함축적 표현으로 시대적 현상과 문제를 짧고 강하게 감성적인 메시지로 전하죠.”


1989년 기자생활을 시작해 어느덧 25년차인 김 국장. 2010년부터 편집국장을 맡아온 그는 기자 생활을 마친 후엔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싶단다. 무엇보다 지역의 ‘멋’을 알릴 수 있는 시를 쓰고 싶다. “기자는 기사로 말하듯 시인은 시로 말하는 것”이라는 그는 “산업도시로만 알려진 울산은 선사문학의 보고이자 신라 천년 문화의 모태다. 역사문화적인 도시로서 울산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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