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화만사성이 행복지수 높여주죠"

양성 평등 전파 나선 김주혁 서울신문 선임기자

‘100×0=0, 50×50=2500, 20×80=1600’
“이 중 곱한 값이 가장 크게 나오는 수는 50과 50이죠? 남녀 간에 평등할 때 그만큼 행복도 커진다는 겁니다. 그에 비해 한쪽으로 쏠리는 불균형 관계는 단기적으로 편할 수 있지만 결국 상대방을 불행하게 만들고 내 행복도 줄어들게 하죠.”


김주혁 서울신문 선임기자는 가정과 양성평등 분야의 전문가다. 지난 4월14일부터 지면에 ‘가족♥남녀’를 주제로 기사를 연재하는 그는 ‘양성평등’ ‘가족교육’ ‘남녀차이’ ‘성별과 정책’ ‘고부 갈등’ 등 다양한 주제의 기사를 매주 월요일마다 쏟아내고 있다. 


10여년 전만 해도 그는 가정과 양성평등에 대해 별 생각이 없던 평범한 가장이었다. 취재다, 회식이다 핑계를 대며 집에 늦게 들어가기 일쑤였고 가끔 하는 설거지에도 불평을 늘어놓는 전형적인 한국 남편이었다. 그러던 그가 생각을 바꾸게 된 건 아들의 학교 선생님과 대화를 나눈 후부터였다. “선생님과의 식사 자리에서 ‘맞벌이 부부라면 집안일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내 일처럼 해야 한다’는 꾸지람 아닌 꾸지람을 들었어요. 이상하게 마음이 동하더라고요.”


그때부터 그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술과 담배를 줄이고 집에 일찍 들어가려 노력했고 집안일도 ‘돕는 것’이 아니라 내 일처럼 하려고 했다. 두란노아버지학교, 부부학교 등을 다니며 강의도 들었다. 강의를 들으니 공부의 필요성도 느껴 한국방송통신대에서 가정학 석사 학위를 따고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양성평등 전문 강사 자격까지 취득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덧 그는 집에서 화장실 청소와 쓰레기 처리를 전담하고 아침마다 아내의 식사를 차려주며 부부학교에서 강의까지 하는 양성평등 전문가가 돼 있었다. 


변화의 행복은 김 기자에게 오롯이 돌아왔다. 그는 이 행복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었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가정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될 뿐더러 남녀가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면 우리 사회의 행복지수가 높아진다는 생각을, 그는 기사를 통해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했다. 그가 연재하고 있는 ‘가족♥남녀’는 바로 그 결과물이었다. 


기사의 반응은 좋았다. 특히 ‘성별과 정책’ 편에서 여자화장실이 남자화장실보다 3배는 많아야 한다고 주장한 기사를 남자 독자들이 “아주 좋다”고 호응해준 것은 그의 기억에 깊이 남아 있다. “정부 정책이나 사업 수립에서 성별 특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는 기사였는데 남성 독자들이 ‘맞다. 내 아내가 명절 때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을 가면 함흥차사다. 달라져야 한다’고 피드백을 주더라고요. 의외의 반응이라 재밌었습니다.”


그는 올 연말까지 연재를 계속할 생각이다. 내년에는 양성평등과 관련한 새로운 기획도 제안해놓은 상태이다. 그는 이 연재물들을 통해 우리 사회가 더욱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누구나 조금씩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가 아내를 위해 아침밥을 차리고 과일도시락까지 싼다고 하면 어떤 남성분들은 쓸데없는 얘기를 해서 피곤하게 만든다고 하죠. 그러나 내가 집안일을 하면 아내가 행복해지고 그 행복 바이러스가 저한테까지 옵니다.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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