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흔들만한 판결인데도 일부 언론 무관심"

경향신문 최상희 기자

지난달 31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은 지난해 치러진 2014년 대학수학능력시험 사회탐구 세계지리 8번 문항에 대한 서울고등법원 판결에 대해 “상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년 가까이 끌어온 논란이 종식되는 순간이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 문항이 정답 처리됨에 따라 등급이 바뀌는 학생은 48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논란을 끌어온 기간에 비해 문제의 핵심은 간단명료했기 때문에 이를 지켜본 이들의 마음고생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문제는 2011년에 만들어진 2종 교과서엔 2009년 자료만 담고 있는데 비해 수능에선 2012년 상황을 전제로 출제가 된 것이다. 하지만 교과서 내용과 달리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의 역내 총생산액은 유럽발 재정위기가 불어 닥친 2010년을 기점으로 EU(유럽연합)를 앞지르게 됐다. 이에 따라 출제 문항 보기엔 ‘정답’이 없는 셈이 됐다.


평가원은 2종의 교과서가 최근 통계를 반영하는데 시차가 걸린다고 오류를 인정하면서도 세계지리 2종의 교과서와 이와 연계된 EBS 교재를 푼 학생들이라면 답을 맞히는 데 문제가 없다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사교육을 잠 재운다’는 명분으로 교과서와 EBS 교재 위주로 수능 문제를 내겠다는 교육 당국의 논리가 시대의 촌극을 만들어 낸 것이다.


언론계 NIE(신문활용교육) 1호 박사인 경향신문 최상희 기자는 ‘세계지리 8번 문항의 출제 오류’에 대한 제보를 접하고 경향신문이 단독보도를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최 기자는 “학생들이 사회에 나오기도 전에 국가기관에 대한 불신부터 배웠다는 점에서 안타깝다”며 “문제제기를 한 어린 학생들을 이기려고 교육당국이 정부 법무법인을 놔두고 국내 10대 로펌에 속하는 법무법인 ‘광장’의 변호사를 선임할 정도였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자칫 1심 판결이 2, 3심까지 영향을 줬다면 피해자 구제가 요원해질 뿐 아니라 신문사 NIE사업에도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최 기자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1심에선 “2014학년도 수능시험을 공부하는 평균 수준의 수험생이 신문, 방송 등을 통해 유럽연합과 북미자유무역협정의 2012년 총생산량을 쉽게 알 수 있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이는 곧 현재 초·중·고교에서 신문 등을 가지고 진행하는 NIE수업을 전면 부정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최 기자는 “1심과 같은 판결이 연이어 나왔다면 교과서나 EBS교재 이외 교육은 모두 부정될 수 있는 위기에 처할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최근 학교에서 진행하는 사회교육에서 시사 자료를 참고하지 않으면 수업이 진행되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11년 작성한 ‘NIE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유·초·중등학교의 44.1%가 신문을 활용한 교육을 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일부 신문사들은 ‘마치 남의 일’처럼 방관했다는 점이 안타깝다”면서 “오히려 일선 학교 교사들이 중·고등학교는 ‘시험에 나오지 못하는 시사자료’를 다룰 근거가 미약해진다며 NIE를 우려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신문의 위기라고 말하면서 우리 신문사들이 정착 NIE를 통해 주어진 혜택마저 외면하고 있다”며 “잘못된 판결로 인해 신문업계에 큰 충격을 미쳤을 상황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고 덧붙였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