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에만 있는 노동 3권-벼랑 끝에 몰린 노조

제287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 경향신문 박철응 기자

어릴 적 살던 동네에는 건설 노동자들이 자주 모여 있었다. 사람들은 그들을 ‘노무자’라 불렀고,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공부 열심히 안 하면 저런 노무자들처럼 된다”고 다그쳤다. 육체노동을 경시하는 시각이 짙게 배어 있었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지금도 노동은 여전히 소외된 영역이다. 우리 사회는 대체로 노동자들이 마음껏 권리를 누리는 상황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다. 그저 군말없이 묵묵히 땀 흘려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헌법에만 있는 노동 3권’은 이처럼 현실에서 배제되는 노동의 현실을 담으려 했다.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명제를 거스른다면 반드시 단죄될 것이다. 국민의 재산권, 선거권, 종교의 자유 등은 철저히 보장된다. 그런데 유독 헌법 33조에 명시된 노동 3권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무시되기 일쑤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흔히 하는 얘기가 ‘법대로’다. 분명히 노동자들의 권리가 법에 명시돼 있는데 왜 지키지 않느냐는 것이다.


실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많이 담기 위해 노력했다. 살아 있는 언어로 우리의 노동 감수성이 어느 정도에 와 있는지 공유하고 싶었다. 취재 과정에서 헌법재판소를 비롯한 정부 기관들의 낮은 노동 인식을 보여주는 사례들도 드러났다. 노동자 보호를 비용으로 인식하는 공고한 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틀을 깨는데 작은 균열이라도 낼 수 있었다면 다행이다. 노동을 취재하는 일은 쉽지 않다. 매번 각각의 사연, 참담한 하소연을 듣다보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들은 집을 떠나 천막에서, 때로는 고공에서 참 악착같이 싸운다.


취재를 하면서 기울어진 축구장을 많이 생각했다. 악착같지 않고서야 오르막길을 오를 수 없다. 그러다가 반대 측에서 날아온 공에 맞으면 멀찌감치 나가떨어진다. 기울어져 있으니. 법과 제도, 그리고 우리의 인식이 기울어진 경기장의 균형을 잡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겠다.


노동자들은 매일같이 이곳 저곳에서 쉼없이 기자회견과 집회를 개최한다. 그만큼 할 말 많은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그들을 비추는 조명은 초라하기만 하다. 언론의 역할을 고민해 봐야 할 대목이다. 수상의 기쁨처럼, 정당한 싸움을 하는 노동자들에게도 크고 작은 기쁨의 순간들이 더 많이 찾아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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