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잃은 고통, 자연이 치유해주더군요"
포토에세이 '마음풍경' 펴낸 조용철 중앙선데이 영상에디터
김창남 기자 kimcn@journalist.or.kr | 입력
2014.07.02 14:51:07
“고난이 유익이고 그리움이 희망입니다.”
중앙선데이 조용철 영상에디터(55)는 지난 5월 포토에세이 ‘마음풍경’을 출간했다. 조 에디터는 지인들에게 이 책을 건넬 때 자주 ‘고난이 유익’이라는 성경 구절을 적는다.
정호승 시인은 추천사에서 “그의 눈은 연민의 눈이되 아름다움의 눈이며 잔잔한 미소가 어려 있되 깊은 슬픔의 눈”이라고 표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포토에세이는 그리움과 슬픔을 희망으로 승화시킨 책이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조 에디터는 37살에 봤던 ‘늦둥이’ 아들을 불의의 사고로 잃었다. 행복의 절정에서 아들을 잃은 뒤 애끊은 슬픔에 잠겼던 그에게 새는 위로와 희망이 됐다.
“아들을 잃고 난 뒤 마감 등 바쁜 일과 중에도 슬픔이 밀려 왔습니다. 국회를 출입하던 어느날, 의원동산에서 하늘의 구름을 바라보며 눈물짓는데 아름다운 새 소리가 들렸습니다. ‘못찾겠다 꾀꼬리’ 노래가 그냥 있는 게 아니더군요. 며칠 뒤에 잘 보이지 않던 새가 노란 꾀꼬리임을 알았습니다.”
그날부터 조 에디터는 여름 철새인 꾀꼬리를 가슴에 묻은 아들이 돌아온 것처럼 여겼다. 둥지를 짓고 새끼를 키우는 과정을 지켜보며 사랑에 빠졌다. 겨울이면 강원 철원, 충남 천수만, 전남 순천만 등을 찾아 두루미와 기러기 등 새를 보러 가는 계기가 됐다. 그곳에 그는 그리움과 함께 희망을 찾았다. 그는 작은 생명과 풀꽃에도 관심을 갖고 사진에 담았다.
“자연만큼 사람의 고통을 치유해주는 게 없습니다. 사건·사고 현장, 인물 등 보도사진만 찍다가 자연과 생명을 카메라에 담게 된 것은 먼저 간 아들 덕입니다.”
그렇게 지난 10년 동안 슬픔과 그리움, 사랑과 희망을 좇아 찍은 사진을 엄선해 펴낸 것이 ‘마음풍경’이다.
조 에디터는 “지난해 출판사에서 중앙선데이에 연재하는 마음풍경을 보고 책을 내자고 제안했지만 아들 10주기와 퇴직에 맞춰 올해 사진전과 책을 출간하게 됐다”고 밝혔다.
조 에디터는 오는 7월이면 만 55세 4개월로 정년퇴임을 한다. 그는 은퇴를 하면 ‘한무리나눔장학회’일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불우 청소년들에게 장학금 지원 사업을 하는 한무리나눔장학회에서 친구인 고(故) 최주상 목사의 유지와 아들이 세상에 남긴 ‘씨앗’을 키워 나갈 예정이다.
“아들이 아침마다 구두닦고 받은 용돈과 세뱃돈을 저축한 100여만원을 헛되이 쓸 수 없었어요. 부의금과 함께 나눔의 집을 운영하던 친구 목사에게 기부했죠. 좋은 일에 써달라고. 하지만 친구에게서 암이 발견되고 원했던 장학사업이 지지부진하다 친구가 돌아간 해에 꿈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그는 항상 아들과 친구인 최 목사가 하늘나라에서 자신을 응원한다고 생각한다. ‘당원에 머리끄덩이 잡힌 당 대표’사진으로 지난 2012년 한국보도사진전 대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그 덕으로 돌렸다.
“그날 일요신문인 중앙선데이를 제작하는 토요일이었고 3년여 선데이 재직 중 유일한 현장마감 사진입니다. 아수라장에서 카메라를 머리 위로 들고 찍었는데 행운이 들어와 있더군요. 이게 다 하늘에 큰 빽이 있어서가 아니겠어요. 아들이 살아있다면 어떻게 살려고 할까 생각합니다. 내겐 아들 몫, 최 목사 몫까지 살아야 할 의무가 있으니까요.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 사랑하는 아빠가 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