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방송 열망 높아…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인터뷰]김철민 신임 KBS기자협회장



   
 
  ▲ 김철민 KBS기자협회장  
 
보도국장 직선제 등 독립성 제도화 노력
공영방송 기자 실천적 의지 내면화 중요


“사장 한 명 나가니까 확 달라졌다.”
요즘 KBS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달 9일 길환영 전 사장이 해임된 이후, KBS 내부는 전에 없던 활력을 찾았다. 가장 달라진 곳은 보도국이다. 지난 11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강연 보도를 시작으로 세월호 참사, 군부대 총기난사 사고 관련 단독 보도가 연이어 나왔고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과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등의 목소리가 전파를 타기 시작했다.

KBS의 변화를 두고 어떤 이들은 ‘서울의 봄’을 떠올린다. 곧 새 사장 체제가 들어서면 ‘도로 아미타불’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김철민 신임 KBS 기자협회장은 “길환영 전 사장이 해임된 이후 우리 내부 구성원들의 공정방송에 대한 열망과 기대치가 굉장히 높이 올라와 있다”며 “이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김철민 회장은 지난달 23일 취임하자마자 정신없는 한 주를 보냈다.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 낙마를 KBS의 왜곡보도 탓으로 몰아가는 보수 세력의 총공세 때문이다. 그는 “KBS를 다시 정권 아래 두기 위한 거대한 시나리오가 시작된 것 같다”고 말했다. 차기 사장 선임 국면에서 ‘KBS 흔들기’에 정치적 노림수가 있다는 것이다. “KBS에 노조나 직능단체의 반발을 제압할 수 있는 강성 보수 인사를 보내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또 다시 낙하산을 보내 정권 홍보 방송을 만들려는 시도를 한다면 길환영 전 사장 때보다 더 심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이는 정권에도 결코 도움이 안 된다. 레임덕만 가속화 될 것이다.”

전임 KBS 기협 집행부가 길환영 전 사장 퇴진이라는 1차적 목표를 달성했다면, 보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제도적으로 관철시키는 것은 그의 몫이다. 그가 선거에 출마하며 약속한 것도 공정보도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과 건강한 조직 문화 복원, 두 가지였다. 그는 “지배구조 개선 같이 외부에서 법을 개정해서 해야 하는 문제는 우리 영역 밖”이라며 “사내에 다양한 견제 및 감시 장치를 촘촘히 엮어놓으면 외부에서 아무리 간섭해도 제도로써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KBS 기협은 보도독립과 뉴스개선에 관한 TF팀을 만들어 보도국장 직선제나 임명동의제, 6개월 뒤 평가에서 과반수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자동 해임되도록 하는 방안 등을 마련 중이다. 이에 대해 차기 사장 선임 과정에서 참고 자료로 삼겠다는 KBS 이사회의 약속을 받아냈고, 최종 안이 완성되면 노조에 전달해 새 사장 체제에서 단체협약과 편성규약에 반영하도록 할 계획이다. 그는 “보도국에서 40여년 만에 처음으로 단일안을 만들었다는 의미가 크기 때문에 어느 정도 구속력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스템을 갖추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공영방송 기자로서의 실천적 의지다. 그는 “내가 공영방송 기자다, 언론인이다 하는 실천적인 의지를 뉴스에 반영하는 노력이 제일 중요하다”며 “관성적인 자기 검열에 빠지지 말고 비판의식과 문제의식으로 무장하고 국민만 바라보며 약자의 목소리를 담아내겠다는 실천적 의지를 내면화 시키는 게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다소 조심스러울 수 있는, ‘인적청산’ 얘기도 물었다. 그는 “점령군처럼 비춰질까 우려스럽다”면서도 “새 사장, 새 체제가 들어서면 공영방송 이념에 대한 몰이해에 출세와 입신양명을 위해 살아왔던 분들은 자연스럽게 정리돼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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