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스토리텔링도 결국 메시지 전달이죠"

'저널리즘의 최전선…' 펴낸 한운희 연합뉴스 미디어랩 기자



   
 
  ▲ 한운희 연합뉴스 미디어랩 기자  
 
데이터 시각화 해외사례 분석
“일단 시도하면서 차별화해야”


“앞서거나 따르라. 그렇지 않으면 밀려날 것이다.(테드 터너, CNN 설립자)”
최근 전 세계 언론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저널리즘의 최전선에는 데이터 시각화와 인포그래픽이 있다. 사진, 동영상, 그래픽 등 시각적 언어로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싸움이다. 연합뉴스 미디어랩에서 데이터 시각화를 실험하고 있는 한운희 기자는 “일단 ‘시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처음부터 잘하려하기 보다 잘된 사례를 재현하되 수정, 보완해 계속 선보인다면 차별화된 시각화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기자는 지난달 말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행한 ‘저널리즘의 최전선-데이터 시각화와 인포그래픽’을 통해 최근 2년간 해외 매체 사례와 경향을 분석했다. 2012년 말 큰 화제를 낳았던 뉴욕타임스의 ‘스노우폴’ 등장 이후 디지털 스토리텔링 형식은 대유행했다. 올해 4월까지 국내에서도 16편이 제작된 것은 이를 반영한다. 부록에는 해외 사례 총 87개를 정리했다. 하지만 콘텐츠 소비 시간이 길다는 약점은 풀어야 할 숙제다. “독자들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한 기자는 가디언의 ‘The Shirt on your back’을 좋은 사례로 꼽았다. 방글라데시 의류 노동자 실태를 다뤘는데, 화면 오른쪽에 독자의 해당 콘텐츠 이용 시간과 방글라데시 의류 노동자가 번 돈, 그 옷을 영국 상점에서 팔아 번 돈을 초 단위 실시간 데이터로 나타내 집중도를 높였다.

지면과 온라인 등 매체별 특성에 따라 다른 시각화를 구현하는 추세도 눈에 띈다. 한 기자는 “독자가 어떤 미디어를 이용하든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려는 의도”라며 “미디어를 넘나들며 콘텐츠를 소비할 동기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기술 요소가 강화되고 동영상 콘텐츠가 많아지는 것도 한 흐름이다. 지난해 알자지라가 최근 5년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연설 동영상과 연설문을 비교 분석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모바일 최적화와 구글 글래스 등 사물인터넷 결합은 과제로 남아 있다.

“요리를 어느 그릇에 담는가에 따라 똑같은 요리도 가치가 달라져요. 하지만 아무리 좋은 그릇에 담아도 요리가 형편없으면 의미가 없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메시지’다. 시각화를 위한 시각화는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화려하고 복잡한 겉모습에 매몰되면 오히려 메시지를 방해할 수 있다. 한 기자는 “제작할 때 꼭 시각화할 필요가 있는지, 정보를 정직하게 전달하는지, 스토리를 효율적으로 담았는지 등의 질문을 계속 던져야한다”고 말했다.

질 높은 콘텐츠 제작을 위해선 장기적으로 전문 인력 및 팀 구성, 외부와의 협력 활성화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 언론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 한 기자는 “능력보다는 여건의 문제”라며 “각 언론사에는 이를 실현할 좋은 인력이 있지만 다양한 실험을 펼칠 수 있는 장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때문에 충분한 지면과 시간을 제공하는 ‘실제적’인 업무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요구가 늘어나는 만큼 결단이 필요하죠. 처음부터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가질 필요가 없어요. 해외 사례를 좇아 시행착오도 겪고 지혜도 얻을 수 있죠.”

지금까지 쌓아온 능력과 축적된 자원만으로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할 수 있다. 이른바 한 기자가 제안한 ‘내 떡 돌아보기’ 방법이다. “늘 남의 떡이 커 보이지만 뛰어난 기술만 필요하진 않아요. 의미 있는 사진에 설명을 덧입히고, 평범한 그래프 몇 장으로 비주얼 스토리텔링을 만들 수 있죠. 견고한 기획과 구성이라면 간단해도 지금까지와 다른 시각화를 내놓을 수 있어요. 다만 계속 도전해야 노하우가 쌓이고, 점점 수준을 높여가며 독자들과 함께 발전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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