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며 시처럼 살아가는 또 다른 나를 만나다"
늦깎이 시인으로 데뷔한 경기신문 최정용 경제부장
김희영 기자 hykim@journalist.or.kr | 입력
2014.06.11 13:3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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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신문 최정용 경제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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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별을 세면/ 별도 사람 헤아려/ 헤아린 수만큼/ 불러올린다, 믿으니// 티벳 마을 사람들은/ 별을 세지 않는다네// 지상의 것 지상에 두고/ 하늘의 것 하늘에 있게// 별도 사람도/ 오랫동안 바라만 본다네’ (티벳 사람들은 별을 세지 않는다네 中)
최정용 경기신문 경제부장(48)은 최근 ‘늦깎이 시인’으로 데뷔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보광사 불경’ ‘구원, 가는 길’ ‘티벳 사람들은 별을 세지 않는다네’ ‘캘리의 방’ 등 4편으로 2014년 서정시학 시부문 신인상을 수상했다.
최 부장은 지난 1993년 강원도민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2002년 춘천불교방송을 거쳐 현재 경기신문 경제부를 이끌고 있다. 편집·문화·정치·경제 등 다양한 부서에서 근 20년째 치열한 인생을 살고 있지만, 그의 마음 한편에 ‘시’에 대한 갈증이 늘 자리 잡고 있었다.
시를 쓰게 된 계기를 묻자 그는 흐린 기억을 더듬었다. 최 부장은 “20대를 전후로 술을 아무리 많이 마시고 귀가해도 무언가를 끄적거리다 잠들었던 일들은 선명하다”며 “속옷에 만년필 잉크가 묻어나 다음날 아침 부모님께 꾸지람을 들었던 일도 비일비재했다”고 말했다.
강원도민일보 문학담당 기자 시절, 지금은 작고한 조병화 시인이 그에게 대뜸 건넨 말은 ‘시인’으로서 그의 삶을 예고하는 듯 했다. “최 기자, 세상에는 세 종류의 사람이 있네. 시를 쓰는 사람과 시를 읽는 사람, 그리고 시처럼 사는 사람. 그런데 최 기자는 세 번째 부류 같아.”
그러나 1999년 저명한 문학지에 신인상을 응모했다가 잡지 사정으로 수상이 유야무야 됐을 때, 그는 꿈을 잠시 접었다.
그를 다시 움직인 것은 고려대에서 정년을 마친 최동호 시인이 고향인 수원시 남창동에서 연 ‘시창작 교실’을 찾으면서부터다.
그는 “지난해 우연한 기회에 그곳에 들렀는데 학생 대부분이 고희를 훌쩍 넘긴 분들이었다”며 “그 진지한 눈빛이 오래 묵혀뒀던 시에 대한 갈급을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이런 목마름 때문에 심사위원들은 그의 작품에 대해 “단순한 언어의 병치 아래 삶에 대한 성찰과 세상에 대한 지혜를 복합적으로 형상화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고 호평했다.
그는 또 다른 꿈을 이룬 것에 대한 공을 가족들에게 돌린다. 그는 당선 소식에 조부모와 외조부모의 산소를 한달음에 찾아갔다. 특히 최 부장은 자리가 될 때마다 아내 박주영씨를 “또 다른 나”라고 말하며 다시 한 번 고마움을 전했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시’란 모든 생명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위안이 되는 시다.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에도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극서정시’를 지향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갈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