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결과 오해 살까봐 동창회도 안나가"
정년퇴임한 신창운 중앙일보 여론조사전문기자
김창남 기자 kimcn@journalist.or.kr | 입력
2014.06.04 15:10:12
“여론조사전문기자로서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동문회 모임 등 사적인 행사까지 참석하지 않습니다.”
신창운 중앙일보 기자는 지난달 31일 정년(만 55세)을 맞아 11년 동안 그의 이름 뒤에 따라 붙였던 ‘여론조사전문기자’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또 다른 인생의 출발선에 서게 됐다.
신 기자는 여론조사연구소인 한국갤럽(1989~1991년)과 포스코경영연구소(1991~2003년)를 거쳐 지난 2003년 9월부터 중앙일보에 몸담았다.
그는 “언론사로 옮길 당시 안정적인 직장인 포스코를 그만둔다는 이유에서뿐 아니라 40대 중반이 돼 이직한다는 점에서 주변의 우려와 만류가 많았다”면서 “하지만 회사가 전문성을 인정해주는 분위기여서 11년 동안 대과 없이 기자생활을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 기자는 1대 여론전문기자인 김행 전 대통령비서실 대변인(현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과 2대 안부근 기자(현 디오피니언 소장)에 이은 중앙일보 3대 여론전문기자로 활약해 왔다.
그는 “한국갤럽이나 포스코경영연구소에 있었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일들을 중앙일보에서 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며 “2007년과 2012년 대선 등을 직접 경험해 본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민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여론조사 보도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몸가짐에 늘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신 기자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상고 후배이자, 박근혜 대통령이 이사장으로 있었던 정수장학회 장학생 출신이지만, 인맥이나 학맥 등에 얽매인 편파적인 기사라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남들보다 객관성에 좀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날카로운 분석과 예측을 위해 ‘입’에 의존하기보다는 자료를 찾는 데 주력해 왔다. 신 기자는 “네트워크를 통해 입수한 정보는 오히려 편향적일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자료를 분석한 기사를 쓰는 데 주력해 왔다”며 “진실은 하나의 조사에서 얻어지는 게 아니라 여러 조사를 통해 구할 수 있다는 말을 신념처럼 생각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10년 전과 비교해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떨어졌는데 여론조사기관, 언론계, 학계 등이 함께 책임질 부분”이라며 “신문에서 다양한 여론조사 기획 등을 하지 못한 점은 아직도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여론조사 연구소와 언론 등에서 배웠던 현장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수할 계획”이라며 “지난 10년 동안 운영해 온 블로그 ‘신창운의 여론다움’(구 신창운 기자의 여론다움) 등을 통해 여론조사와 관련된 다양한 글을 계속 써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