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라린 해직 생활…"복직 믿으며 싸웠다"

해고무효 판결받은 황일송 기자



   
 
  ▲ 황일송 기자  
 
경영진 퇴진 요구하다 2년전 해고
“국민일보로 반드시 돌아가겠다”

“해고 처분은 지나치게 가혹하고 재량을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
지난달 30일 서울남부지법 310호 법정. 재판부는 예상대로 황일송 전 국민일보 기자(현 뉴스타파 기자)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원고석에서 조용히 일어선 황 기자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착잡했다. 그의 말대로 “싸움은 이제 시작”이기 때문이다.

파업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지난 2012년 9월 해직된 황 기자는 그동안 여의도 근처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조용기 목사 일가의 사유물로 전락한 신문을 살리고 편집권 독립을 위해 싸웠던 그였다. 12년간 ‘기자’라는 이름을 준 국민일보가 무너져가는 것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회사는 이에 ‘대기발령’과 ‘해고’로 응답했다.

황 기자는 이날 20개월 만에 다시 국민일보를 찾았다. “잘들 지내셨습니까?” 1층에서 마주친 부장단에 건넨 그의 호탕한 인사는 허공에 흩어졌다. 다들 불편한 듯 자리를 피했다. 반면 파업에 동참했던 동료와 후배들에겐 주말 내내 엄청난 축하메시지를 받았다. 황 기자는 “파업의 이유와 과정이 정당했었다는 것을 증명한 판결”이라며 “당시 부장급과 부장급 승진을 앞둔 사람들은 파업 참가자들에게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고 종용했었다. 그들 입장에서는 나와 조상운 전 노조위원장이 복직하는 게 껄끄러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복직까지 얼마나 더 지난한 싸움이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지난 2011년 10월 해고된 조 전 위원장은 2심까지 “해고는 위법하다”는 판결을 받았지만 사측의 불복으로 대법원까지 가게 됐다. MBC, YTN 등 타사 해직 기자들의 법정 싸움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YTN 해직 기자들의 소송은 3년째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황 기자는 “가진 자들이 법의 허점을 이용해서 시간을 벌고 있는 것”이라며 “정권의 눈치를 보라고 사법권 독립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황 기자는 반드시 국민일보로 돌아갈 생각이라고 했다. 그것이 자신을 지지해준 후배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회사는 해고자들의 복직을 조직 내 갈등요소로 곡해하고 있지만, 그는 공정보도를 저해하는 경영진의 부당한 업무지시·인사발령만 아니라면 다시 투쟁을 시작할 이유가 없다고 단언했다.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기 전만 하더라도 국민일보는 중도적 입장에서 특종도 많이 했고 의제설정도 탁월했다. 20개월째 뉴스타파에서 일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이 노하우들을 선후배들과 공유해 독자들이 믿고 보는 국민일보를 만들고 싶다.”

다음 주 그는 승소 기념으로 아내와 함께 3박4일 홍콩 여행을 떠난다. 그동안 아끼고 아껴 모은 돈으로 계획한 소박한 여행이다. 그는 “가족들에게는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했다. 기자로서의 양심과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아내와 두 아이들이 감내해야 했던 희생은 생각보다 컸기 때문이다. 그는 “언젠가는 만회할 기회가 올 거라 생각한다”며 먹먹한 마음을 달랬다.

끝으로 “국민일보는 과거에 공의로웠던 신문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정의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바로 설 수 있다는 점을 후배들이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맨 위로